[의학]제약회사들, 에이즈 치료약값 잇따라 내려

  • 입력 2001년 3월 12일 16시 31분


서방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에이즈가 창궐한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대에 무릎을 꿇고 에이즈 치료약 값을 잇따라 내려주는 '선심 정책'을 펴고 있다.

코트디부아르는 10일 미국 머크사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MS), 영국 그락소스미스클라인 등과 협상을 벌여 매월 425달러가 드는 에이즈 치료약 값을 90∼100달러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머크사는 7일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 등 개도국에 공급하는 에이즈 치료제 크릭시번과 스톡린의 1년치 가격을 각각 600달러와 500달러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가격은 미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하면 10∼20% 수준.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의 개도국들은 에이즈 치료약을 비싸게 판매하려는 서방 제약회사에 맞서 에이즈 치료제 국제특허를 아예 무시해 왔다. 일부 제약회사들의 가격인하는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일종의 고육책 인 셈이다.

일례로 태국 정부는 1월 에이즈 치료제 국제특허권 보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국내법을 개정했으며 남아공의 에이즈환자 지원단체는 정부의 용인 하에 최근 태국에서 생산된 에이즈 치료제를 수입했다.


이에 노바티스 로슈 클락소스미스클라인 등 39개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에이즈 치료제 국제특허를 보호해 달라며 집단소송을 제기, 5일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인구의 10%인 450만명이 에이즈 환자인 상황에서 에이즈 환자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값싼 치료제를 제공받을 권한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케냐도 최근 하루 600명이 에이즈로 숨지는 현상황은 비상사태라며 '값싼 치료약'을 수입할 수 있도록 엄격한 현행 지적재산권 보호법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Oxfam)과 '국경없는의사회(MSF)'도 제약회사들에게 소송을 포기하라는 서한을 보내며 남아공과 케냐를 거들었다.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최근 부국에는 비싸게, 빈국에는 싸게 약을 파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해 볼만하다 고 제안했다.

머크사 등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에는 에이즈 치료제 수입국의 항변외에도 이같은 국제사회의 압력 등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그러나 거대 제약업체들은 "에이즈 치료약을 부국 환자들에게만 비싸게 제공하는 것은 과연 공평한가 라는 형평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빈국에서 제조한 허가받지 않은 에이즈 치료약이 부국으로 몰래 역수출될 경우 막대한 치료약 개발비를 건지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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