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52)

  • 입력 1997년 11월 12일 07시 19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20〉 여자들의 사정 이야기를 물어보자는 교주의 제안에 그러나 쟈아파르는 반대하며 말했다. 『이 일은 우리와 상관이 없는 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손님으로서 이집 주인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이 집 주인 여자들의 사연이 아무리 궁금해도 그냥 참고 묻지 않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할 예의입니다. 이제 곧 날도 밝을 테니, 날이 밝는 즉시 각자 돌아가기로 합시다』 이렇게 말하고난 쟈아파르는 교주의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다. 『이제 한 시간만 있으면 날이 밝을 것입니다. 내일 저 사람들을 모두 궁으로 불러들일 테니 그때 마음껏 사정을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한 시간을 참지 못하여 지금 그것을 물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로서는 교주님의 신변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주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지금 당장 물어보도록 해!』 그러자 쟈아파르는 말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비록 연약한 여자들과 한 약속이라 할지라도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이렇게 되자 일곱 사람의 손님들 사이에는 누가 먼저 이 집 주인 여자들의 사연에 대하여 질문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 언쟁이 붙었다. 그러던 끝에 결국은 가장 나이가 젊은 짐꾼이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손님들 사이에 이런 언쟁이 오가고 있었으니 이집 여주인이 그 소란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손님들을 향하여 물었다. 『여러분! 대체 무슨 일로 그렇게 시끄럽게들 하지요?』 그러자 짐꾼이 여주인 앞에 나서며 공손한 태도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주인 아씨, 저희 일동은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답니다』 짐꾼이 이렇게 말하지 여주인은 몹시 불길해 하는 표정으로 되받았다. 『대체 무엇을 궁금해 한단 말이오?』 그러자 짐꾼은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두 마리 암캐의 내력과, 왜 당신이 저 개들을 그렇게 모질게 때리는지, 그리고 왜 저 개들을 그러안고 울면서 입맞추는지 하는 따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진실로 알고 싶은 것은 당신들 세 자매의 신세 이야깁니다. 이것이 바로 여기 계신 분들이 저에게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사항들입니다. 우리가 당신과 한 애초의 약속을 깨고 우리와 상관없는 것에 대하여 물은 것에 대하여 제발 노여워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짐꾼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여주인은 그러나 다른 여섯 사람의 방문객들을 둘러보며 파르르 떨면서 물었다. 『이 사람이 한 말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세 사람의 탁발승과 교주와 그리고 마스루르는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그러나 쟈아파르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처음부터 그런 걸 물어보지 말자고 주장했으니까 말이다.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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