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69)

  • 입력 1997년 8월 15일 08시 0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22〉 내가 배에서 내려서자 기다리고 있던 왕은 내 손에 입맞추며 말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서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나와 함께 왕궁으로 돌아갔습니다. 왕궁으로 가는 연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나를 향하여 꽃을 던졌습니다. 왕궁에서 나는 나의 사랑하는 일곱 아내들과 일곱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사내 아이들로서 하나 같이 달덩이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 사랑스런 아내들에 둘러싸인 채 귀여운 아이들의 재롱을 정신 없이 바라보고 있는 나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였을 것입니다. 그리운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맛본 뒤에야 나는 비로소 하룬 알 라시드 교주님께서 나에게 맡겼던 선물과 서한을 사란디브 왕에게 전했습니다. 왕은 그걸 받아들고 몹시 흡족해 했습니다. 교주님께서 사란디브 왕에게 보낸 선물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보옥을 박은 황금 안장이 딸린 암말 한 필, 책 한 권, 더없이 호화로운 의상 한 벌, 카이로산 피륙, 알렉산드리아산 비단, 희랍산 양탄자, 아마 천 및 생사 백 파운드, 그밖에도 사자 앞에 무릎을 꿇은 사나이가 활을 당겨 상대방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그림이 들어 있는 수정 술잔, 다윗의 아들 스라이만의 식사용 쟁반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주님의 서한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습니다. 『축복받은 사란디브의 국왕께 한 말씀 아뢰나이다. 귀하의 서한과 선물을 받고 심히 흔쾌해 하나이다. 그 독후하신 우정에 화답하여 저도 몇 가지 선물과 「지혜의 기쁨과 벗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책 한권을 보내드리는 바입니다. 원컨대 가납하시기를. 경백(敬白)』 왕은 나에게 더없는 환대를 하였습니다. 백성들은 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연일 축제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왕의 환대도 백성들의 축제도 전혀 고맙지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일곱 아내와 일곱 아이들에 둘러싸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행복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흘째가 되자 나는 출발하겠다는 뜻을 왕에게 밝혔습니다. 왕은 절대로 나를 보낼 수 없다고 완강히 고집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온갖 말로 왕을 설복시켰습니다. 나는 일곱 아내와 일곱 아이들과 눈물로써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때 나에게 젊음의 묘약을 주었던 인도 상인이 내 귓전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나리, 어서 배를 타십시오. 이제 곧 약효가 떨어져 졸음이 몰려올 것입니다』 그러자 나는 너무나 애석해 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젊음이 이렇게 짧다니? 당신은 그 젊음의 묘약을 좀더 줄 수는 없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인도 상인은 말했습니다. 『그건 안됩니다. 그 약은 누구에게나 딱 한번 밖에는 효험이 없습니다. 더 먹어봐야 당신은 건강을 해칠 뿐입니다』 『딱 한번 밖에는 효험이 없다고? 그건 참 슬픈 일이로군요』 나는 이렇게 혼자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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