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8)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88〉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넷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을 두고 양고기가 아닌 사람 고기를 달아놓고 팔고 있다고 했던 노인의 말은 아무래도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 것은 형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으면 이 사내의 가게 안을 뒤져보십시오. 그렇게 해보시면 여러분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우르르 가게 안으로 몰려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양들은 모두 사람의 시체로 변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걸 보자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소리쳤습니다. 「이 이단자 놈아! 이 악당아!」 그리고는 저마다 형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친한 식구들까지도 형을 때리고 차고 하면서 소리쳤습니다. 「네 놈은 우리에게 아담의 아들의 고기를 먹일 참인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노인은 형의 눈을 터뜨려 눈알 하나를 우벼내고 말았습니다. 그것으로도 사람들은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멱을 딴 시체를 떠메고 시장에게로 갔습니다. 「시장님, 이 놈은 사람을 때려잡아 그 고기를 양고기라고 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이리로 끌고 왔습니다. 이 자에게 알라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형은 결백을 호소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습니다. 형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장은 형에게 곤장 오백대를 때리고 재산 전부를 몰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는 바그다드에서 추방해 버리라고 명령했습니다. 형이 관리들에게 뇌물로 바칠 재산마저 없었더라면 지금쯤 형은 목숨마저도 빼앗기고 말았을 것입니다. 형은 정처없이 걸었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 커다란 도시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형은 신발을 수선하는 가게를 차렸습니다. 그 사악한 노인을 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고향에서마저 쫓겨난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 고통스런 기억을 잊기 위해서라도 형은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볼일이 있어 밖에 나갔더니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왕이 사냥을 하러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형은 길가에 걸음을 멈추고 사냥차림을 한 행렬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왕의 시선이 형의 시선과 마주쳤습니다. 그러자 왕은 몹시 불길한 얼굴이 되어 형을 외면하면서 말했습니다.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야. 알라의 가호를 빌도록 하자!」 이렇게 말하고 난 왕은 뜻밖에도 말머리를 돌리더니 신하들을 거느리고 그냥 궁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형은 의아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글 :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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