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39〉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오! 카이로의 땅을 보면, 갖가지 만발한 꽃들을 보면, 나일강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들과 끝없이 넓게 펼쳐진 그 기막힌 조망과 아비시니아식 저수지 등을 한 번 보게 되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찬탄할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숙부님들을 향하여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어린 나는 감동에 차서 숨을 죽인 채 엿듣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풍경은 세상에 달리 찾아볼 수 없을 거야. 두 팔을 벌린 나일강이 초목으로 뒤덮인 푸른 섬을 안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은 흡사 흰자위가 검은 동자를 에워싸고 있는 것과 같고 은실이 감람석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과 같지. 나일강이 범람하는 밤에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란 또 어떻고? 그 장관은 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거야. 너희들이 한번 보기만 하면 꿈속에서도 이집트를 그리워할 거야」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숙부님들도 나름나름으로 이집트와 나일강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어른들의 이야기는 어린 내 머릿속에 지울 수 없는 환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든 뒤에도 이집트를 동경하는 마음은 더욱 강해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마실 것을 마셔도 도무지 맛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 숙부님들은 여행 준비를 하였습니다. 이집트로 장사를 하러 말입니다. 저는 아버지한테 매달려 눈물로 애원했습니다. 나도 이집트로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그 뜻하지 않은 나의 청에 아버지는 질색을 하며 반대했습니다. 그 멀고 험한 여행길에 어린 나를 딸려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거지요. 그러나 결국에는 아버지도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나는 며칠을 두고 먹지도 않고 울었으니까요. 마침내 아버지는 나에게도 적당한 상품을 사 주며 동행할 것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친은 숙부님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애는 카이로까지 데리고 가지말고 다마스쿠스에 남겨 두고 상품을 팔도록 해 주게」
우리 일행은 부친께 작별인사를 하고 모스르를 출발하였습니다. 나는 너무나 기뻐 가슴이 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쉬지 않고 여행을 계속한 끝에 아레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며칠간 체류한 뒤 다시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 일행은 다마스쿠스에 당도하였습니다.
다마스쿠스는 온통 나무가 무성하고 맑은 냇물이 흐르고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갖가지 과일들이 풍성하여 흡사 천국에 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대상 객주를 찾아 여장을 풀었습니다. 거기서 숙부님들은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위해서 가지고 온 물건을 팔고 새 물건을 사 주었습니다. 막상 장사를 해보니 한 디르함에 사들인 물건이 다섯 곱의 벌이가 되었으므로 나는 몹시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자 숙부님들은 저만 남겨두고 모두 이집트를 향해 떠났습니다. 저는 어떤 보석상한테서 한 달에 두 디나르씩 주고 집 한 채를 빌려 살았습니다』
<글 :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