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죽어요? 우리 애들 어떡해”…남편에 살해당한 아내가 남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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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9일 1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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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오전 5시 25분경 여수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편이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이웃 주민이 촬영한 현장 사진. 유튜브 채널 ‘실화 On’ 영상 캡처
지난 5월 7일 오전 5시 25분경 여수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편이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이웃 주민이 촬영한 현장 사진. 유튜브 채널 ‘실화 On’ 영상 캡처
남편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아내가 숨지기 전 “우리 아기들 어떡하냐”며 남긴 말이 전해졌다.

6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는 지난 5월 7일 오전 5시 25분경 여수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다뤘다.

방송과 유가족에 따르면 남편 A 씨와 숨진 아내 B 씨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녀 셋을 둔 15년 차 부부였다.

B 씨는 오래전부터 A 씨의 의처증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왔다. 그는 지인에게 “다음번엔 진짜 나 죽일 것 같다. 살인 사건 날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 유족 측에 따르면 B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시댁에도 도움을 청해봤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A 씨의 폭력이 심해지자 B 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건 발생 사흘 전, B 씨는 여성상담센터에서 이혼을 상담하고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던 A 씨에게 이혼 의사를 통보한 뒤 여수 집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A 씨는 여수로 찾아와 B 씨와 싸움을 벌이다 폭행했다. 이때 B 씨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자신의 차로 피신하자 A 씨는 쫓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보도블록을 들고 차 유리창을 부순 뒤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B 씨를 잡아끌고 와 자신의 차 운전석 뒷좌석에 태웠다. 경비원이 이를 목격하고 신고한 상황에서도 그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B 씨가 몸부림치며 도망가려 하자 A 씨는 B 씨를 차량 뒤쪽으로 끌고 가 차에 있던 흉기를 꺼내 여러 차례 찔렀다.

위독한 상태였지만 끝까지 의식을 잃지 않고 있던 B 씨는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 “저 죽어요? 우리 아기들 어떡해. 저희 아기들…”이라고 말했다. B 씨 어머니는 “애들 때문에 눈을 못 감는 것 같아서 애들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 딸이 울더라”고 했다. 결국 B 씨는 사건 발생 닷새 후 숨을 거뒀다.

유족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B 씨에게 전송된 딸의 메시지
유족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한 B 씨에게 전송된 딸의 메시지
범행 직후 A 씨는 인근 산으로 도주했다. 경찰 130여 명이 동원된 끝에 검거된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사는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며 오는 27일 1차 판결이 나온다.

유족 측은 “사건 이후 A 씨 측이 ‘피해자의 잘못으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허위 사실을 지역 사회에 유포하는 등 반성의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족 측은 세 자녀의 후견인 문제로도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처음에는 애들 할아버지(A 씨 부친)가 ‘아이들은 여기서 키워달라. 우리 아들(A 씨)은 애들 절대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더니 말이 바뀌어서 자기들이 후견인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잘 키워줄 거라며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후견인을 지정받으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친권 상실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A 씨의 어머니가 후견인이 됨으로써 사실상 친권도 포기하지 않은 거다. 후견인이 된 가해자의 어머니가 상상이 가나. 가해자들에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유족 측은 “반성 없는 A 씨는 항소할 거고 아직 미성년인 아이들의 친권을 내세워 선처를 호소하며 감형받은 후 언젠간 사회로 나올 것”이라며 “A 씨에게서 친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A 씨의 부모가 후견인이 되는 것 또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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