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당만 빼고’ 칼럼 필자 고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임미리 교수, 경향신문 칼럼서 “정권 이해 골몰… 빼고 투표하자”
與, 고발장에 “사전선거운동”… 임교수 “표현 자유 외칠땐 언제고”
진보 인사들 “나도 고발하라” 봇물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서 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 진보 성향의 학자와 이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13일 뒤늦게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달 초 서울남부지검에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경향신문 편집국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정권의 이해에 골몰한다”면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을 통해 임 교수가 지난달 29일 기고한 칼럼 내용 중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주장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 전화를 받고 고발당한 사실을 알게 된 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고발을 공개하면서 “민주당의 참패를 바란다”고 적었다. 임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정권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찾아오는 것이었다”며 “이 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집권한 정당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고 고발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실제 유죄 판결을 끌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은 민주당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이자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나도 고발하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팩트 폭행에 뼈가 아팠다면 차라리 폭행죄로 고발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 진보 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은 “임 교수의 한 자 한 획 모두 동의하는 바”라며 “나도 고발하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권경애 변호사는 “우리가 임미리다. 어디 나도 고소해봐라”라고 했다.

김정훈 hun@donga.com·이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임미리 교수#진보 성향#선거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