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안되는 일회용컵 쓰레기… 보증금제도 부활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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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백억개 생산되는 일회용컵
일반쓰레기통-길거리에 버려져 재활용 못하고 소각이나 매립
환경부, 보증금제 재도입 검토

6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구내 쓰레기통. 재활용과 일반용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회용컵이 분리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 일회용컵은 한곳에 모아 분리 배출해야 재활용이 쉽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구내 쓰레기통. 재활용과 일반용으로 구분돼 있지만 일회용컵이 분리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 일회용컵은 한곳에 모아 분리 배출해야 재활용이 쉽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회용컵이 제일 많죠. 여름엔 냄새도 심해 수시로 치워야 해요.”

6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각각 일반과 재활용으로 표기된 쓰레기통을 확인했다. 두 곳 모두 일회용컵이 버려져 있었다. 음료수거통이 옆에 있었지만 음료가 그대로 담긴 채 버려진 것도 많았다. 시청역 관계자는 “쓰레기통에서 컵을 꺼내 남은 음료를 붓고 따로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청역에서만 하루 평균 80L들이 봉투 11개 분량의 쓰레기가 배출된다. 그중 일회용컵이 봉투 6개를 차지한다.

커피와 같은 음료 소비량이 늘면서 일회용컵 사용량도 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 성인이 연간 마시는 커피는 2012년 288잔에서 2016년에는 377잔으로 늘었다. 일회용컵 생산량은 2010년 179억 개에서 2015년엔 257억 개로 늘었다. 그만큼 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양도 증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일회용컵 사용량,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촉발된 폐기물 처리 문제와 불법 방치 폐기물 이슈가 불거진 것이 그 배경이다. 또 일회용컵은 제대로 분리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빨대와 컵 뚜껑, 홀더 등의 이물질이 섞이는 데다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버려진다. 하지만 일반 쓰레기와 섞여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또는 매립되기 일쑤다.

○ 보증금제 ‘재도입’ 여론 커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소비자가 텀블러 등 다회용컵이 아니라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사갈 때 보증금을 받고, 추후 이를 반환할 때 되돌려주는 제도다. 이미 한 차례 시행한 적이 있다. 2003년 환경부와 업계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어 컵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그러나 미반환된 보증금이 일부 기업의 홍보비 등으로 사용되는 등 용도가 불분명했고, 오히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난이 일어 2008년 3월 폐지됐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환경부는 내부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예전처럼 업체별로 보증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를 두고 보증금 반환 및 취소수수료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게끔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러면 보증금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물론이고 미반환 보증금의 운용 관리도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또 표준용기처럼 일회용컵들의 재질을 통일하는 방안, 컵에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바코드 등을 인식해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

자발적 협약이 아닌 법적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과 송인숙 의원이 각각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환경부가 투명하게 기금을 관리하게 해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환경부가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8.6%가 일회용컵 사용 증가를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컵 보증금제도 도입에 대해선 71.4%가 찬성했다. 또 응답자의 61.8%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텀블러 등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 “경제성 있다”


한국규제학회는 최근 이런 형태의 보증금제도를 도입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비교했을 때 “비용편익비율(BC)이 기준치 1을 넘는 1.38로 경제성이 있다”며 제도 운영의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증금제도를 도입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과 운반비, 시설 투자비가 필요해도 생활쓰레기로 배출되는 일회용컵의 소각비용이나 그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적으로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도 규명했다. 실제 텀블러와 머그컵, 플라스틱 일회용컵과 종이 일회용컵의 전 과정(생산부터 폐기)을 놓고 계산할 때 텀블러와 머그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낮았다. 음료 1만 잔을 마신다고 가정할 때 텀블러는 0.147kg, 머그컵은 160kg, 홀더와 뚜껑이 있는 종이컵은 546.21kg,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컵은 1097.07kg이었다.

6일 제11회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시작됐지만 테이크아웃으로 여전히 일회용컵이 쓰인다”고 지적하며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컵의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기 위한 최소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재활용 쓰레기#일회용컵#보증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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