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재사용은 소비자 기만” “새 꽃만 쓰면 수지타산 안맞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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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표시제’ 법에 엇갈린 반응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남서울화훼단지에 있는 한 화환업체의 작업장. 화환을 재사용하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되가져 온 화환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과천=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남서울화훼단지에 있는 한 화환업체의 작업장. 화환을 재사용하기 위해 장례식장에서 되가져 온 화환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과천=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19일 오후 경기 과천시에 있는 남서울화훼단지. A 씨(53)가 조금 전 장례식장에서 되가져온 화환에서 시든 꽃만 골라 빼낸 뒤 그 자리에 새 꽃을 끼워 넣고 있었다. A 씨는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 사장이다. 이날 단지 안에서 만난 다른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 직원 B 씨(62)는 “급할 땐 화환을 수거해온 트럭 안에서 꽃은 그대로 두고 리본만 바꿔 달아 다시 내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앞에는 한 번 사용된 화환에서 떼어낸 리본이 가득 쌓여 있었다.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20일 공포됐다. 이 법은 2020년 8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에 따라 1년 뒤부터는 판매를 목적으로 화환을 재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재사용 화환’이라는 것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최고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화환이 재사용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가까운 지인의 경조사에 재사용 화환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훼산업발전진흥법 시행을 두고 화훼업계와 화환업계의 반응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화훼업계는 재사용 화환 감소에 따라 꽃 소비량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에 법 시행을 반기고 있다. 박천호 고려대 생명과학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화환 재사용으로 인한 화훼농가 매출 피해는 연간 1100억∼1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재사용 화환은 3단 화환 기준으로 새 화환의 절반 가격인 4만9000∼5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1년간 소비되는 화환 약 700만 개 중 20∼30%는 재사용 화환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은 50% 이상이 재사용 화환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화훼업계는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새 화환과 재사용 화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재사용 화환 업자들은 진작에 시장에서 사라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화환을 재사용해 온 업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재사용 화환 업체 관계자는 “꽃을 다시 사용하지 않고 새 꽃만으로 화환을 만들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재사용 화환 1개를 팔아 남는 돈은 많아야 3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재사용 화환 판매업자 C 씨(62)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는 고위 공직자 경조사에 30만 원짜리 화환도 세웠지만 지금은 무조건 10만 원 이하의 화환만 써야 하니 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측도 재사용 화환 표시제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재사용 화환 전문 업체들은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측에 대개 화환 1개당 5000∼7000원을 주고 사용된 화환을 되가져갔다.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입장에서는 식장 내 화환을 직접 치우지 않아도 되는 데다 화환을 내주는 대가로 수입까지 챙기는 구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1년 ‘신화환’을 개발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3단 화환보다 작고 간소한 형태로 행사가 끝난 뒤 행사 참석자들이 꽃을 한 송이씩 뽑아 가져갈 수 있도록 해 화환 재사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미 화려하고 큰 화환을 보내는 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영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화훼산업발전진흥법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한번 사용한 화환은 꽃을 다 빼내거나 파쇄해 버리는 식으로 재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영 ksy@donga.com / 과천=한성희 기자
#재사용 화환#장례식#화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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