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 달아라, 돛 달아라… ‘우주 돛단배’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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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개발 ‘라이트세일2호’… 우주서 36㎡ 크기 돛 펼치기 성공
미세한 복사압으로 추력 얻어… ‘연료 없이 우주여행’에 한발 더

24일 720km 상공에서 행성협회의 우주 돛단배 ‘라이트세일2호’가 36㎡ 크기의 돛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사진은 태양을 마주한 라이트세일2호의 상상도. 행성협회 제공
24일 720km 상공에서 행성협회의 우주 돛단배 ‘라이트세일2호’가 36㎡ 크기의 돛을 성공적으로 펼쳤다. 사진은 태양을 마주한 라이트세일2호의 상상도. 행성협회 제공
태양이 내뿜는 빛 입자들이 미는 힘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 돛단배’가 본격적인 실증 실험에 돌입했다. 마치 바다 위 돛단배가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듯 태양에서 쏟아지는 입자들이 가하는 미세한 압력(복사압)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다. 과학자들은 각국이 개발하는 다양한 미래형 추진기관 가운데 태양 복사압이 인류를 태양계 바깥 우주로 인도할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미국의 비영리 국제민간우주기구인 행성협회는 24일 오후 3시 47분(한국 시간) 지구에서 720km 떨어진 우주궤도에서 우주 돛단배 ‘라이트세일2호’가 성공적으로 돛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행성협회는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 등이 1980년 설립한 기구로 세계 100여 개국 6만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라이트세일2호는 앞서 6월 25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 헤비’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우주 돛단배는 행성협회가 창립 때부터 추진해 온 장거리 우주여행 기술이다. 우주여행의 가장 큰 난제인 연료 걱정 없이 장거리 여행을 할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약한 태양 복사압을 이용해 큰 추력을 얻으려면 가볍지만 면적이 넓은 돛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가벼우면서도 큰 돛을 발사체에 싣기 어렵다 보니 현실화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마치 우산을 접듯 돛을 여러 단계로 차곡차곡 접어 작게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린 뒤 한 번에 펼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다.

행성협회는 2015년 이미 한 차례 이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라이트세일1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저궤도에서 주로 기기 성능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행성협회의 두 번째 우주 돛단배인 라이트세일2호는 돛을 펼치기 전에는 어른 주먹 4개 크기의 작은 위성 모양이다. 이 우주 돛단배는 발사된 뒤 약 한 달간 자세를 잡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성능 점검을 마치고 지상의 관제소 명령에 따라 36m² 크기의 거대한 돛을 펼쳤다. 명령이 떨어지자 본체에 장착된 모터가 작동하면서 위성 내부에 감겨 있던 4m 길이 코발트 합금 뼈대 4개가 사방으로 펼쳐지면서 촘촘히 접혀 있던 교실 크기 반만 한 돛이 펼쳐졌다.

협회 측은 24일 라이트세일2호에 내장된 두 대의 광각 카메라로 이 과정을 촬영해 돛이 성공적으로 펼쳐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데이비드 스펜서 행성협회 라이트세일2호 임무담당자는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며 “궤도를 변경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비행 성능을 점검하는 실험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세일2호는 앞으로 지구 궤도를 돌며 태양풍을 이용해 궤도를 높이는 실험을 진행한다. 행성협회는 “라이트세일2호가 받는 태양 복사압은 큰 돛에 겨우 클립 1개를 올린 정도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반복적으로 태양풍을 받으면 추력이 생겨 궤도가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돛단배는 이미 행성협회 외에도 다른 연구기관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8년과 2010년 ‘나노세일D’와 ‘나노세일D2’를 발사해 돛을 펼치는 실험을 했지만 둘 다 성공하지 못했다. NASA는 지구 접근 소행성을 탐사하는 데 투입할 우주 돛단배 ‘NEA스카우트’를 새로 기획해 올해 말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10년 ‘이카로스’를 발사해 최초로 우주 돛단배 운행에 성공했다. 가로세로 14m 길이에 두께가 0.0075mm의 돛을 펼친 이카로스는 태양 복사압만으로 6개월 만에 금성 근처 궤도까지 이동했다. 이카로스는 지금은 동면 상태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우주 돛단배#라이트세일2호#우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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