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美 대선 전 도발 말라…지켜보겠다”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8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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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내년 11월 3일 미 대선에 미칠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대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 도전까지 언급하며 북한에 경고한 것은 처음이다.

“대선 전 도발 말라”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한을 협상에 다시 관여시킬 계획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북한을 지켜볼 것이며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가 내년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3년간 아주 잘 지내왔다”며 “그가 선거를 방해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거듭 언급하며 북한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자신의 재선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지만 어떤 적대감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고 했다.

이례적 남북관계 부정적 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 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이날 자신의 요청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한 직후 남북관계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일부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향후 북한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점을 압박한 발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미국은 북한의 잇단 단거리 발사는 물론 최근의 위협적 발언에도 대화의 문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하며 애써 이를 축소하는 듯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조사 등 정치적 난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도 많지 않다.

특히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좀처럼 협상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선거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그만큼 대외적 상황 관리가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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