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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송충이 잡아주며 뛰어도… 한국당 명함 주니 외면해”[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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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송충이 잡아주며 뛰어도… 한국당 명함 주니 외면해”[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12-03 03:00수정 2019-12-0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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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불출마 도화선 된 강명구 당협위원장
“당 외면받는 이유 국민은 다 아는데…” 순풍에도 뒤로 가는 배가 있다면 자유한국당호(號)가 아닐까. 강명구 당협위원장(왼쪽)은 “왜 현 정부의 숱한 실정에도 반사이익조차 못 챙기는지 국민은 다 아는데 당 지도부와 중진들만 모르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이뤄졌고 당시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사진 뒤)에서 단식투쟁 중이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지난달 17일 불출마 선언을 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이후 인터뷰에서 “30, 40대 원외 당협위원장 6명이 쇄신을 요구하며 직을 사퇴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천을 받아야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원외조차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에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언급한 6인의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되레 주동자 색출이라는 소동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의 산파 역할을 한 강명구 위원장(42·영등포갑)은 “공천도 중요하지만 당이 변하지 않으면 그 공천줄이 썩은 동아줄일 뿐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원들도 대부분 침묵하는데 원외들이 나섰다.

“그전부터도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이후 당이 보인 행태를 목격하면서였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관련 법안 저지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에게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고, 조 전 장관 낙마에 공을 세운 인사청문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주며 자축연을 여는 걸 보며 ‘이대로 가면 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뒤 ‘공관병 갑질 논란’이 일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으로 물의를 빚었다. 조국 사태로 그나마 조금 얻던 반사이익마저 차 버리는데 그 과정에서 인적 쇄신 얘기는 쑥 들어가고 난데없이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더니 그나마 민심과 거리가 먼 구성으로 욕을 먹었다. 그러면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 지도부가 과연 혁신과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강명구(왼쪽) 등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지난달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 해체 수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쇄신 요구 6인은 강 위원장과 김재식(구로갑), 김성용(송파병), 조대원(고양정), 박진호(김포갑), 김대현 위원장(원주을) 등이다.


―미안하지만 비아냥거림은 아닌데… 한국당의 그런 행태가 처음도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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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지만 함께 나선 위원장들 대부분이 수도권이라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랄까. 아직도 저렇게 민심과 현실을 모르는지 이해가 안 갔다.” (지역에서 피부로 느끼는 한국당에 대한 정서는 어떤가.) “얼마 전 새마을부녀회 어머니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 정치와는 관계없는 분들이다. 보통 대부분 잠깐 돕다 사진만 찍고 가는데 나는 신인이라 끝까지 있었다. 어머니들이 기특하게 봤는지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 ‘끝까지 있는 사람 처음 봤다’며 칭찬하더라. 재미있는 얘기도 하고 애교도 부리고 해서 분위기 참 좋았는데 한 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근디∼ 워디서 왔남?’ 하고 물었다.” (행사에 참여했는데 누군지 모르나.) “나를 초청한 사람 몇몇은 알지만 대부분은 모른다. ‘저 한국당 당협위원장이에요’라고 했더니 웃던 얼굴들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한국당이었어?’ 하고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라 그런 건 아닌가.

“현장을 다니면 알 수 있다. 다른 정당 지지자라 그런 건지, 아니면 민심이 그런 건지. 내 친구들조차 ‘명구야, 너 왜 아직도 거기 있느냐’고 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지난여름 송충이 엄청 잡고 다녔다.” (송충이를 왜?) “지역 활동으로 민원 해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여름, 동네 가로수에 벌레가 많으니 잡아 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구청 담당 부서를 연결해 주는 정도였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점점 더 많이 들어왔다. 담당 부서도 노력했지만 나도 엄청 잡았다. 부탁했던 주민이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데….” (또 한국당이라 하니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고 말하려는 건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전화하는 곳이 어디인지 잘 모른다. 그저 민원을 해결해주는 곳으로 알지. 고마워하다가도 한국당이란 걸 알고 표정이 변하는 걸 볼 때… 정말 미친다. 조국 사태 때는 1인 피켓 시위를 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내 귀에 ‘조국도 나쁘지만 너희 당이 더 나빠’ 하고 가더라. 눈을 흘기면서…. 20대 총선 막장 공천, 최순실 사태, 탄핵 등 국가에 대죄를 지어 놓고 책임은 고사하고 사과 한 번 제대로 안 하고, 툭하면 막말 파동이 벌어지는 모습이 아직도 용서가 안 되는 거다. 조국 사태는 어찌 됐든 국가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표창장, 상품권 주고 축하할 일이 아니지 않나. 이게 지금 한국당에 대한 정확한 민심이고, 그래서 비호감 1위인 거다.”

―동참한 위원장들은 어떻게 모인 건가.

“지난해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된 위원장들이 10여 명 있는데 대부분 정치가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정보도 공유하는 모임이 생겼는데 여기서 당 얘기를 하던 게 출발점이 됐다. 안 그래도 답답한데 표창장 수여 등 민심과 괴리된 악재가 터지면서 너무 절박하니까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데 뜻이 모아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행동하려니까 우리 안에서도 또 이런저런 말들이 나와 쉽지 않았다.” (어떤 말들이 나왔나.) “늘 듣던 말…. 시기가 안 맞다, 내부 총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 할 때다, 이런 것들이다. 그런 우려도 물론 있지만 이런 상황, 저런 이유 다 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모두가 그런 이유로 아무것도 못했기 때문에 지금 이 지경이 된 건데…. 사람이니 아무래도 겁도 좀 났을 테고….” (겁?) “원외 위원장이 무슨 힘이 있나. 지도부를 속된 말로 심하게 ‘까다’ 잘릴 수도 있고…. 찬성하지 않은 사람들은 설득이 안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움직임이 조금씩 알려지니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신호도 왔다. 그래서 결국 우리 6명만 남았다. 그중 조 위원장은 공개 오디션에서 뽑히지는 않았지만 뜻에 공감해 동참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회견을 했는데 욕을 많이 먹었다.”

―욕을 먹다니….

“당 해체라는 말 때문이었는데… 성명서를 쓸 때 우리 안에서도 우려가 있었지만 창조적 파괴를 위해 필요하다는 말을 붙였기에 오해가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누가 우리와 통합하려 하겠나. 당 해체 수준의 결기를 가져야만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말이 너무 센 거 아니냐’ ‘부모를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희들이 당에 무슨 헌신을 했기에 해체를 주장하느냐. 건방지게’ 그런 말들이 나왔다. 그리고 뒷배와 주동자가 누군지 색출하라고 했다더라.” (혁신을 요구했다고 주동자를 색출하려 했다는 건가.) “그 말이 돌자 기자들이 누가 색출 지시를 했는지 취재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장이 우려됐는지 흐지부지 끝나기는 했다. 근데 중요한 건 원외 위원장들이 직을 걸면서까지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요구했는데, 명색이 지도부라면 이놈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 들어 보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도부 중 누구에게도 그런 연락이 온 적이 없다. 난쟁이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사라지려는 시점에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불을 다시 지펴준 거다.”

―당신들 기자회견 한 번으로 움직일 한국당은 아니지 않나.

“하는 데까지는 할 생각이다. 그런데 주동자 색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까 우리 안에서도 확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오는 했지만…. 그래서 2탄을 준비했는데 안타깝게 못 했다.” (2탄?) “혁신과 보수 통합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려고 했다. 솔직히 지금은 막장 공천 파동, 국정농단, 탄핵에 이르기까지 당과 보수를 이렇게 만든 주체들이 혁신을 얘기하는 이상한 상황이다. 혁신의 주체를 바꿔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젊은 보수 연사들을 초청해 난상토론회를 열려고 했다. 3탄으로 바른미래당 청년당협위원장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뜻을 모아 성명서를 발표하려는 구상도 있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일이 좀 꼬였다.” (대표의 단식과 혁신이 무슨 관계인가.) “현수막도 제작하고, 토론회장도 다 예약했는데… 단식하는 당 대표에게 리더십 문제, 창조적 파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취소됐다.”

―황 대표의 단식으로 쇄신 요구 분위기가 좀 식은 것 같은데….

“단식에 너무 눈이 쏠려 표면적으로 쇄신 분위기가 쑥 들어간 건 맞는데… 반면에 죽을 각오로 단식을 벌인 덕에 황 대표에게 지금 힘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뒤 이 힘을 모두 인적 쇄신에 쏟아붓는다면 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지금 인적 쇄신을 하면 힘이 모아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현 정국 상황이 끝난 뒤에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기대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초·재선 의원들도 거취를 대표에게 일임하고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같은 원외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쇄신 하지 않으면… 황 대표 자신도 죽고, 당도 죽고,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지 못해 나라도 죽는다.”

―한국당에는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삐딱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

“하…. 이 말은 정말 하고 싶은데… 3선 의원이 그렇게 불출마 선언을 하면, 좀 왜 그런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민심과 현실을 모른다 해도…. 그런데 돌아보기는커녕 김 의원이 당에 좀비, 민폐라는 용어를 썼다고 그걸 걸고넘어지면 어떻게 하나. 달을 보라니까 왜 손가락만 보는지…. 너무너무 안타깝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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