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무사 귀환시킨 조종사 “우한서 기다리고 있을 분들 생각에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22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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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도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계류장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우한 교민 도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태우고 출발한 전세기가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계류장에서 발열 검사를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중국 우한에 고립됐던 교민과 현지 기업 주재원 등 360여 명을 국내로 무사 귀환시킨 대한항공 KE9884편의 승무원들은 조종사부터 객실 승무원까지 모두가 자원한 사람들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이 띄운 전세기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우한으로 갈 땐 KE9883, 서울 김포국제공항으로 돌아올 땐 KE9884 편명을 달았다.

KE9884편의 조종사 A 씨는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눈에 담긴 우한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활주로의 유도등만이 불을 밝힌 모습뿐이었다”고 말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올해 27년째 조종사로 근무 중인 그에게 31일 KE9884편은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비행으로 남았다.

대한항공은 이번 비행에 조종사를 4명 투입했다. 평소 인천~우한 비행시간은 3시간 남짓으로 조종사가 기장과 부기장 각 1명씩 2명만 근무하지만, 첫 계획과 달리 심야 비행으로 바뀌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조종사들이 편도로만 근무하도록 했다. A 씨는 “인천국제공항을 떠나는 시간이 처음 계획보다 자꾸 늦어지자 안타까웠다”며 “우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분들을 생각하니 조종사로서는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A 씨는 승객들을 직접 보거나 만나진 못했다. 조종사 4명이 모두 콕핏(비행기 조종석)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안전하게 귀국하고 싶은 승객들을 위해 안전 운항에만 집중했다. 그는 “김포공항에 착륙할 때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평소처럼 집중했다”며 “비행기 엔진을 끄고 내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자 평소와는 다른 안도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승객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우한공항 탈출 과정을 전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joelx***** 씨는 자신의 계정에 텅 빈 우한톈허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질서 있게 줄을 서서 수속을 진행하는 승객들의 사진을 올렸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공항과 대한항공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노란색, 흰색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사진에 “정말 무한하게 감사합니다. 온 국민과 국가가 애써서 위험에 처한 자국민을 지켰다”고 소감을 남겼다.

우한으로 출장을 갔다가 중국 정부의 봉쇄조치로 고립됐던 인스타그램 사용자 yange******** 씨는 KE9884편 기내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들과 흰 방호복을 입고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승무원들 모습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집결지에서 늦은 밤 질서 있게 우한공항으로 가는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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