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주애진]교부금-연금 새는 구멍 막아야 잠재성장률 반등 가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4일 23시 12분


주애진 경제부 기자
주애진 경제부 기자
요즘 한국 경제 성적표는 눈부시다. 지난해 연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수출은 올해 ‘1조 달러 달성’ 전망까지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달 26일 사상 처음 종가 기준 8,000을 넘었다. 올 1분기(1∼3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은 10.5%로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수출과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역대급 초과 세수가 예상돼 나라 곳간도 두둑해질 예정이다.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세수가 늘어나니 경제 관료들 얼굴도 모처럼 밝아졌다.

문제는 이처럼 눈부신 성과에도 한국 경제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잠재성장률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잠재성장률이 올해 1.66%로, 내년에는 1.52%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처음 1%대로 추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한다고 본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7일 재정경제부는 ‘잠재성장률은 공식 통계로 측정되는 지표가 아니며, 기관마다 수치가 상이하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2025∼2029년 평균 1.8%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4시간쯤 뒤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잠재성장률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모두 1.8%라는 내용을 덧붙인 수정본을 다시 보냈다. 재경부는 자료에서 ‘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보다 ‘아직 그렇게까지 낮은 건 아니다’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재경부 관료들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정부 출범 1주년을 계기로 개선된 경제지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위기의식보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는데, 정부 위기의식은 말로만 그치는 것 같아 걱정된다.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지금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활용해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구조개혁에 집중할 때다. 하루빨리 연금 개혁, 교육 개혁,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 한국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마침 내년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서 정부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여건도 마련됐다.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낼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안은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다. 기획예산처가 예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기초연금, 실업급여 개편 등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내국세 수입의 20.79%를 무조건 떼어 초중고에 배분하는 교육교부금을 개편해 대학교육과 평생교육에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소득이 낮은 고령자에게 더 많이 지급하고,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실업급여를 재설계해야 한다. 모두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크고, 찬반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다. 정부가 설득과 조정에 실패한다면 겉핥기식 개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기획처가 표현한 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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