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나고야서 302.8km 경주… 한국타이어, 레이싱용 독점 공급
나흘동안 눈길-비포장도로 달려… 충격 속 도로 맞닿는 접지력 관건
지난달 28일 일본 나고야성에서 열린 WRC 대회 사전 행사에 레이싱 자동차들이 들어오고 있다. 나고야=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WRC 대회에 출전한 레이싱카에 장착된 한국타이어 제품 모습. 나고야=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중학생 때부터 자동차 랠리에 푹 빠졌는데 제 중학생 아들도 랠리를 좋아해서 아들과 함께 시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일본 나고야성에서 열린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사전행사에서 지난달 28일 만난 야마구치 야스타카(59) 씨는 14살 아들과 어깨동무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들 덕분에 자동차를 좋아했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나고야에서 대회가 열려 자랑스럽다”고 했다.
2026 WRC 재팬은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일본 아이치현 기후현에서 열린 20개 스테이지(총 302.8km)의 기록 경쟁(타임어택) 경기다. 운전자들이 나흘 동안 산악 아스팔트 도로를 달린 기록을 합쳐 순위를 가린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7개국에서 32개 팀이 출전했다. 일본 랠리는 도로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해 빠른 가속과 급제동이 기록의 변수다. 강한 충격을 견디면서 도로와 맞닿는 접지력이 승부를 가르는 만큼 타이어가 중요하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WRC는 F1과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1년 동안 13∼14개 국가에서 자동차 경주를 한다. 150여 개국에서 경주를 중계하고 연간 시청자만 약 10억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닦인 도로 위를 달리는 서킷 경주와 달리 전 세계를 무대로 비포장도로, 눈길, 진흙길 등 험난한 지형에서 치러진다. 1초라도 주행 기록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성능 타이어가 필요하다. 타이어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유일하게 노면과 닿는다. WRC 극한 환경에서 축적되는 주행 자료는 실제 양산 타이어 기술 고도화에 녹아든다.
한국타이어는 FIA와 WRC 대회 레이싱 타이어 독점 공급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월 몬테카를로 랠리를 시작으로 3년 동안 WRC 전 클래스(WRC1·WRC2·WRC3·주니어)에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23년부터 8개국에서 2000km 이상의 실차 테스트와 혹독한 성능 검증을 거쳐 FIA 공식 인증을 획득한 고성능 레이싱 타이어 라인업을 개발했다.
김찬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타이어팀 연구원은 “얼음길, 눈길, 거친 비포장도로까지 다 주행 가능한 타이어가 준비돼 있다”며 “타이어 성능이 검증됐기 때문에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경기에도 타이어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했다.
WRC에 출전하는 모든 레이싱 차량에는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 안정적인 코너링을 구현하는 벤투스 Z215, 젖은 노면을 비롯한 악천후 상황에서 뛰어난 접지력이 특징인 벤투스 Z210, 비포장 노면 주행 시 충격 흡수, 내구성, 접지력이 우수한 다이나프로 R213이 장착된다.
WRC 타이어 독점 공급은 모든 참가 차량에 동일한 수준의 성능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만큼 최상의 기술력과 대응 역량, 품질 일관성이 필수다. 한국타이어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일본 완성차 브랜드 순정(OE) 타이어 공급 규모는 2020년 닛산 단일 브랜드 4개 차종에서 2025년 기준 도요타, 혼다 등을 포함한 일본 주요 완성차 브랜드 약 30개 차종으로 늘었다.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품질 신뢰도를 기반으로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품질 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다. 또 세계 1위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E’와 유럽 3대 투어링카 대회 ‘DTM’ 등 세계 70여 개 대회 참가팀을 후원하고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며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공급 제품군 역시 플래그십 타이어 브랜드 ‘벤투스’, SUV 전용 타이어 브랜드 ‘다이나프로’, 세계 최초 풀라인업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 등 프리미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일본 시장 성장률은 2020년 대비 2025년 약 130% 늘어났다”며 “세계 모터스포츠 무대를 발판 삼아 타이어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 완성차 브랜드와의 협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