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차장검사)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투표용지를 유권자 수의 50%만 인쇄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합수본에 따르면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고의성 입증 여부’다. 공직선거법 85조는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237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선거에 차질을 빚은 점이 인정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입증해야 관련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것.
직무유기 혐의 역시 단순한 행정 착오나 업무상 과실은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고의성 유무가 입증돼야 한다. 또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후 선관위의 사후 대응 방식 등이 적절했는지도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합수본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윗선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하기도 했다. 검찰 12명, 경찰 15명 규모인 합수본은 이번 주 중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기존에 서울경찰청이 해온 수사도 순차적으로 이관받는다.
한편 경찰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8일 오전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용품을 챙기러 경기장으로 향하자 일부 집회 참가자가 이들을 막아서면서 “투표용지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소지품을 검사한 사건에 대해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강요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 3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그중 1명의 신원을 특정해 경찰에 나와 조사 받으라고 요구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로부터 취재진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피의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집회 해산 등 적극적인 대응을 취해야 할 지를 놓고선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번 집회는 뚜렷한 주최자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적 집회·시위로 규정하기 어렵고, 퇴근한 직장인이나 가족 단위 시민이 참여하는 등 공공의 안녕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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