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평가 앞섰지만 보안감점 1.2점 적용에 최종 순위 뒤집혀
“기본설계 수행업체 사업 연속성 흔들”… 함정사업 구조 논란 확산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HD 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승패를 가른 보안감점 적용에 반발하며 법원에 항고했다. 기술능력평가에서는 한화오션을 앞섰지만 보안감점 1.2점이 적용되면서 최종 순위가 뒤집힌 만큼 감점 적용의 적법성을 다시 판단받겠다는 것이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보안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법원은 방위사업청이 올해 12월까지 보안감점을 연장 적용한 것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지난 5일 기각했다.
방위사업청 제안서 평가위원회는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한 뒤 한화오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하고 양사에 결과를 통보했다.
평가 결과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73.2383점을 받아 한화오션(72.5958점)보다 0.6425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합산한 기술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달랐다. HD현대중공업은 가·감점 평가에서 0.1292점을 받은 반면 한화오션은 1.3584점을 받았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에는 군사기밀 유출에 따른 보안감점 1.2점이 적용되면서 최종 점수는 한화오션 93.9542점, HD현대중공업 93.3675점으로 집계됐다. 양사 점수 차이는 0.5867점에 불과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항고를 통해 보안감점 연장 적용의 적법성을 다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최근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도 보안감점이 법적 근거 없이 연장 적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동일 사안에 대한 감점을 반복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DDX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 원을 투입해 6000톤급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이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양사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의 연속성이다. 함정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기본설계에서는 함정의 전체 구조와 전투체계, 무장 배치, 추진체계 등 핵심 성능이 결정되고, 상세설계에서는 이를 실제 건조가 가능한 수준의 도면과 생산 공정으로 구체화한다.
그동안 국내 구축함과 호위함 사업에서는 설계 연속성과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이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후속 사업에서도 설계 연속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군사기밀 유출 사건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당시 대통령이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잘 체크하라”고 언급하면서 방산업계에서는 KDDX 사업을 둘러싼 정부 기류가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해당 발언을 사실상 KDDX와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방산업계에서는 사업 연속성보다 보안과 공정 경쟁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방위사업청도 경쟁입찰 방식을 유지했다. 방사청은 경쟁입찰 결정이 대통령 발언과 무관하며 적법성과 공정성에 따른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이번 결과가 단순히 한 사업의 수주 실패를 넘어 함정 사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본설계 단계에는 수년간 연구개발과 대규모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데, 후속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기본설계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KDDX처럼 첨단 함정 사업은 기본설계에서 함정의 골격과 핵심 체계가 대부분 결정되는 만큼 설계 연속성이 사업 완성도와 직결된다는 것이 HD현대중공업 측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KDDX는 단순히 어느 업체가 선도함을 건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국내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사업”이라면서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함정 사업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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