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7일 만에 사전심사 첫 통과
형사소송 무죄 확정에도 과징금
녹십자, 행정소송 판결 취소 요구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뉴스1
‘백신 입찰 담합 의혹’으로 대법원에서 과징금이 확정된 국내 제약사 GC녹십자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낸 재판소원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본안 심사대에 올랐다. 사실상 같은 사안을 두고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에서의 대법원 결론이 달라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47일 만에 사전심사 문턱을 넘은 ‘재판소원 1호’ 사건이다.
28일 헌재는 재판소원 사전심사를 열어 GC녹십자가 청구한 재판소원을 본안심사에 올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까지 모두 6차례의 사전심사를 열고 266건을 심사해 나머지 265건은 각하했다. 재판소원 시행 첫날부터 27일까지 접수된 재판소원은 총 525건이다.
GC녹십자는 2017년 4월∼2019년 1월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가다실(4가 HPV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다른 업체를 들러리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0억3500만 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GC녹십자 측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2월 12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를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별도의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문제는 관련 행정소송 결과와 달리 형사소송에선 GC녹십자가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GC녹십자에 과징금을 부과할 당시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형사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이 사건 입찰 구조상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GC녹십자를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GC녹십자 측은 재판소원 청구서를 통해 “행정소송 판결과 형사소송 판결이 완전히 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며 “대법원은 이런 쟁점에 대해 실질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해 합헌으로 판단했지만, 심리불속행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하는 것은 재판 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상고심에서 법률적 주장에 관해 실질적 판단을 받을 기회를 상실했고 그 결과 위법한 처분이 확정돼 적법 절차에 따른 재판받을 권리 등 재판 청구권, 재산권,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며 행정소송 패소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결정은 재판관 3인으로 이뤄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이뤄졌다. 본안심사는 재판관 9인 전원으로 이뤄진 전원재판부에서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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