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2026.03.31 서울=뉴시스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이 과실을 독점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등의 좋은 일자리로 구성된 1차 노동시장의 비중은 전체의 1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과는 임금과 근로조건, 고용 안정성에서 격차가 컸다. 1차 시장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는 495만 원으로 2차 시장의 1.7배에 달했고, 평균 근속연수는 배로 길었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1차는 100%에 가깝지만 2차는 60∼70%에 불과했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경제 활력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은 고임금과 고용 안정의 특혜를 누리지만,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6000만 원에 이르는데 40조5000억 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보면서 박탈감과 허탈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 뼈아픈 것은 한번 2차 시장에 발을 디디면 1차 시장으로 올라갈 수 없는 이동성의 붕괴다.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 탓에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꺼리고, 높아진 인건비 부담을 하청에 전가하며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 1차 시장의 높은 벽과 2차 시장의 열악한 처우에 좌절한 청년들은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상태로 내몰린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1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정규직을 안 뽑는 게 당연한 상식이 돼 버렸다”며 “(기존 정규직의) 자녀들이나 다음 세대는 정규직 자리를 결코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간제 2년 제한’에 대해선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일들이 노동자들의 위상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념이 아닌 실용으로 접근할 문제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보상과 보호 수준을 낮추면서 중소기업·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사회 안전망 확충에도 나서야 한다.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고 연공형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양극화를 해소할 대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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