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 공장, 불법증축 적발에도 ‘연매출 0.1%’만 내고 버텨

  • 동아일보

[산업현장 잇단 화재참사]
작년 8월 이행강제금… 일부만 보완
‘9명 사망’ 동관은 아무 조치 안해
전문가 “비용 아끼려 숨겼을 가능성”
14년간 화재 7번… “미신고 건도 많아”

24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대전소방본부 직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 화재 사망자 14명 전원의 신원이 확인됐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4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대전소방본부 직원과 의용소방대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날 화재 사망자 14명 전원의 신원이 확인됐다. 대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이 지난해 본관 불법 증축이 적발돼 2억 원 가까운 이행강제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안전공업은 동관의 불법 증축 사실은 끝까지 숨겼고, 결국 이번 화재로 동관 불법 증축 구역에서만 9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행강제금보다 버티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안전공업, 불법 증축 ‘버티기’

24일 대덕구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지난해 8월 공장 본관을 불법 증축해 이행강제금 1억8165만 원을 냈다. 대덕구는 2024년 1월 무단 증축 민원을 접수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해 6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이후 안전공업은 해당 공간을 보완해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본관 불법 증축으로 이행강제금까지 냈음에도 동관 2층과 3층 사이 공간, 일명 ‘2.5층’에 100평 규모(330㎡)로 불법 증축된 휴게 공간(헬스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만 사망자 9명이 발생했다.

대덕구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은 적발 뒤 본관에 완강기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시설을 마련했고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불법 증축이 이뤄진 동관은 아무런 보완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동관의 ‘2.5층’에 대해 대피로 신설 등의 조치가 있었다면 피해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공업이 동관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행강제금보다 해당 시설을 철거하거나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 신고를 꺼리고 버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식 허가를 받으려면 방화구역 설치, 불연재 보강, 구조 안정성 확인 등 비용이 많이 든다”며 “적발 시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대전 지역의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개선 공사를 해도 아예 허가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불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약 300㎡ 규모의 동관 ‘2.5층’ 헬스장의 경우 적발 시 3000만∼4000만 원 수준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약 9000㎡의 본관 불법 증축 구역에 대한 이행강제금도 안전공업 매출(2024년 기준 1351억 원)의 0.1% 수준이었다.

● 계속됐던 참사의 징후

불법 증축이 방치된 사이 안전공업의 위험 징후는 반복됐다. 이날 대전소방본부는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안전공업 화재로 7차례 출동했다고 밝혔다. 이 중 6건이 불씨가 작업장 내 기름때 등에 옮겨붙어 발생했다. 그러나 안전공업 전직 직원은 “자체 진화해서 소방에 신고하지 않은 화재도 여러 건이었다”고 전했다.

거듭된 화재에도 위험한 작업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안전공업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금속을 깎는 장비에서 기름이 줄줄 새서 상자로 일단 받아내거나, 기름이 새는 부분을 목장갑으로 틀어막고 계속 작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점검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노동부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산업안전점검에서 안전공업은 5건의 위반 사항을 지적받고 시정했다. 그러나 적발된 위반 사항은 ‘바닥 청결 상태 불량’과 ‘추락 방지 조치 미실시’ 등으로 화재 예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화재와 관련해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위험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하고, 안전 관련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철저하게 점검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대전 안전공업#불법 증축#이행강제금#화재 참사#산업안전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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