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한병도 원내대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 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당·정·청이 17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 재수정에 합의했다. 검사 권한이 축소됐지만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변경하고 모든 검사를 해임하고 선별 재임용하자는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X(옛 트위터)에서 “당정 협의안 중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 조항이나 수사 진행 중 검사의 관여 여지가 있는 조항도 삭제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며 “다만 어떤 이유든 개혁에 장애를 가져오는 불필요한 과잉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에는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할 때 공소청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과 특사경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하는 등 공소청 검사의 권한과 지위를 약화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공소청은 3단 구조를 유지하지만 명칭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에서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바꿨다.
정 대표는 “국민들께서 많이 우려하고 걱정했던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고쳤다”며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은 당·정·청 합의안대로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중수청·공소청법은 이날 민주당 주도로 각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을 언급하며 “과정 관리가 좀 그랬던 것 같다”며 검찰개혁을 두고 불협화음이 불거진 당정 간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검찰총장 명칭 유지’ 李 뜻대로… 검사의 영장지휘권은 없애
당정청, 檢개혁 최종안 합의 강경파 요구한 ‘검사 전원 해임’ 등… 李 위헌성 지적한 내용 모두 빠져 검사권한 대폭 축소-신분보장 폐지 보완수사권 갈등 불씨는 남아
“당정 협의안 중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지휘 조항이나 수사 진행 중 검사의 관여 여지가 있는 조항을 삭제하도록 정부에 지시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당정청 합의안’을 도출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들의 수정 요구로 평행선을 달리던 당정 협의가 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로 급물살을 탄 것으로 분석된다. 합의안은 이 대통령이 선을 그은 검찰총장 명칭 변경과 검사 전원 면직 후 재임용 등은 제외됐다. 다만 공소청 검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조항들이 추가됐다. 당정청 간 불협화음은 일단락됐지만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검사 권한은 ‘축소’, 검찰총장 명칭은 ‘유지’
민주당이 이날 발표한 당정청 합의안은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 6조가 원안대로 유지됐다. 이 대통령은 앞서 “위헌 논란 소지를 남겨 반격할 기회와 명분을 허용할 만큼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검사를 전원 해임한 후 선별해 공소청으로 재임용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전의 검찰청 소속 검사는 공소청 검사로 본다’는 부칙 조항을 유지한 것.
다만 공소청 검사의 권한은 강경파의 요구대로 대폭 축소됐다. 기존 중수청법 45조는 중수청이 공소청에 수사 개시를 무조건 통보하도록 하거나, 검사가 입건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공소청과 중수청이 상하관계가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자 이 조항을 삭제한 것.
공소청의 특사경 수사지휘 조항도 삭제됐다. 공소청이 특사경을 통해 수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검사가 영장 청구·영장 집행을 지휘 감독한다는 내용도 삭제하고 검사가 경찰의 영장 청구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상급자 검사가 하급자에게 지시할 때는 법률에 따르도록 명문화하고, 검찰총장의 검사 직무 위임·이전 권한도 박탈했다.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을 허물기 위한 조치다.
검사의 직무도 법률로만 규정할 수 있게 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수사권 복원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2개 범죄만으로 좁힌 ‘검수완박법’을 시행령 개정으로 무효화하고 수사 범위를 대폭 늘린 바 있다.
공소청의 3단계 구조는 기존 검찰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지만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의 초안 대신에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바꾸기로 했다. 검사의 신분 보장 규정도 폐지하고 탄핵 절차 없이도 일반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검사를 파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수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일선 검사는 “경찰이나 중수청이 영장을 발부받은 뒤 정치적 목적 등으로 암장하게 되면 통제 방안이 없어지는 셈”이라며 “수사기관 간 적절한 견제 기능 역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보완수사권’ 갈등 불씨는 여전
민주당은 두 법안을 19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지는 형사소송법 개정 사안으로 미루면서 추후 과제로 남겨놨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보완수사 허용 여부 역시 남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하기를 바란다”며 보완수사권 ‘예외적 허용’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내비쳤다. 반면 김용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지난번 의총에서 당론으로 ‘보완수사권은 (공소청에) 두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개인적으론 보완수사권은 절대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한 고비 넘긴 것 같지만 원래부터 가장 첨예한 주제가 보완수사권”이라며 “더한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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