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프랑스 파리의 폭염 속에 한 시민이 에펠탑 맞은편의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파리 기온은 40.9도로 6월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파리=AP 뉴시스
“사람들이 더위에 놀라 약간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
프랑스 파리에서 평생을 산 에마뉘엘 메는데 씨(70)는 24일 오후 10시경 센강 변에서 더위를 식히다가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낮 최고기온이 40.9도를 기록한 이날은 1947년 프랑스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뒤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해가 뉘엿뉘엿 진 시간이었지만 수은주는 30도를 넘어섰다. 센강 변에서 맥주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던 메는데 씨는 “나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자식들은 이런 여름을 오랜 기간 계속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6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유럽 불볕더위는 서유럽에 머물고 있는 고기압이 주변 저기압들에 둘러싸여 열기가 갇힌 데 따른 것이다. 기상관측 장비로 봤을 때 그리스 문자 ‘오메가(Ω)’의 모양처럼 중심부엔 고기압이, 양쪽 옆으로는 저기압이 있다. 이로 인해 ‘오메가 열돔’ 현상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24일 프랑스는 주야간 기온 평균이 30도로 전날 세운 최고 기록(29.8도)을 또다시 경신했다. 이날 최고기온 기준 파리와 남서부 피소스가 각각 40.9도와 44.3도를 기록했다. 프랑스 본토 96개 광역 자치권(데파르트망) 중 절반 이상인 54곳에서 40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했다. 폭염 관련 사망자도 물놀이 익사자를 포함해 최소 48명까지 늘어났다.
폭염으로 변전소와 원전 운용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염 여파로 23일 프랑스 북서부 변전소가 과열로 멈춰 6만8000가구의 전력이 끊겼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무더위로 원전 내 원자로 냉각수 공급이 제한돼 이날 원자력 발전량을 7%(4.1GW) 줄였다고 밝혔다.
서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선선한 기후를 보여 온 영국에서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4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상당 지역에선 폭염 적색경보가 발효됐다. 특히 이날 햄프셔의 낮 최고기온이 36.1도까지 올라 6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에선 지난달 이른 폭염 당시에도 기온이 35.1도까지 올라 5월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로마와 밀라노 등 16개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의 강도가 예전보다 높아지면서 생명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며 각국의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X를 통해 “유럽 기온은 세계 평균의 약 2배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지도자들은 기후 탄력적 보건 시스템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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