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표류’ 광역상황실에 맡긴다는데, 병원 이송률 28% 그쳐

  • 동아일보

작년 1476건 요청, 414건 병원 찾아
이송 지연에 119 지원 요청도 급감
정부, 상황실에 중증 이송 전담 계획
“인력 태부족… 의사-간호사 확충을”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는 모습. 광주=뉴스1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는 모습. 광주=뉴스1
지난해 전국 6곳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통해 이송 병원을 찾은 중증 환자가 월평균 30여 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19구급대가 광역상황실의 기능을 불신하는 데다, 상황실도 인력 부족 탓에 병원 선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을 119가 아니라 광역상황실에서 책임지고 찾아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인력과 제도 보완 없이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19와 광역상황실 공조 갈수록 줄어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대가 광역상황실에 중증 환자의 이송 지원을 요청한 사례는 총 1476건이다. 하지만 이 중 광역상황실에서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아준 경우는 414건(28.0%)뿐이었다. 한 달에 평균 34건꼴로 광역상황실이 중증 응급환자를 옮길 병원을 찾는 데 성공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월 88건에 달했던 광역상황실의 병원 선정 건수는 11월 7건, 12월 4건으로 대폭 줄었다.

광역상황실은 2024년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늘어나자 중증 환자 이송 및 전원(병원 간 이송) 지원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소속으로 설립됐다. 119가 응급환자를 옮길 병원을 찾기 힘들 때 전국 6곳의 상황실이 권역 내 치료 가능 병원을 수소문해 이송을 돕고 있다.

하지만 119가 광역상황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광역상황실로 접수된 119의 이송 지원 요청은 지난해 1월 337건에서 12월 18건으로 급감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송할 병원을 찾는 데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평균 8.63분이 걸리지만 광역상황실은 35분이 걸린다”며 “현장에선 광역상황실을 못 믿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간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광역상황실은 119에서도 이송 병원을 못 찾은 환자만 지원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119 대신 광역상황실이 중증환자 이송 전담”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광역상황실이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을 전담하는 내용의 ‘응급환자 이송 체계 혁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광주, 전남, 전북 등에서 시범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 119가 직권으로 중증 환자 이송 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소방과 의료계 갈등이 커지자, 광역상황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심정지, 뇌출혈, 중증외상 등 중증도 1·2등급의 응급환자는 광역상황실이 각 병원에 전화해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으면 사전에 지정한 ‘우선수용병원’으로 환자를 보낸다. 중증도 3∼5등급 환자는 병원이 사전에 안내한 수용 능력에 따라 119가 옮길 병원을 정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소방청은 광역상황실에 중증 환자 이송 기능을 모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복지부에 1등급 환자는 5분, 2등급 환자는 10분 안에 이송 병원을 못 찾으면 우선 수용 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김수진 고려대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119구급상황센터와 광역상황실로 분산돼 있던 응급의료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광역상황실의 인력 확충 없이는 중증 환자 이송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 광역상황실에는 의사 1명과 간호사 3∼5명이 교대로 상주하며 근무하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중증 응급환자가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1만4060명인데, 광역상황실이 이를 모두 처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성민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정보를 파악할 의사와 병원과 소통을 담당할 간호사 모두 대폭 충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수용 능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기반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시은 전 동강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간호사들이 수동으로 입력하는 응급실 가용 장비 정보를 자동으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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