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 환경을 ‘안갯속’이라 표현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내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이어진 수주 절벽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혹독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조선업 환경에서 정 회장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벗어나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HD현대가 찾은 해법은 디지털 혁신이다.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의 조선소’ 프로젝트는 생산 공정 전반을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상현실에서 선박을 디자인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설계 오류와 공정상 시행착오를 사전에 제거하면 수익성 악화를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HD현대는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은 3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멘스, 엔비디아 등과 협업해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디지털 트윈을 조선소 현장에 적용하며 기술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 통합 ‘HD건설기계’로 출범한 건설기계 부문도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균형 잡힌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건설장비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엔진과 애프터마켓 등 사업 영역을 강화해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HD건설기계는 2030년까지 매출 14조8000억 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건설장비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정유와 석유화학 관련 사업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 구조를 혁신해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고,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키워 에너지 사업을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HD현대 측은 “자율운항, 소형모듈원전(SMR), 전력기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기존의 주력 산업 변동성을 보완할 성장 축을 확보하고 있다”며 “제조업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한 경영 모델을 확립해 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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