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10.20 뉴시스
대한의사협회가 16일 국회 앞에서 성분명 처방 도입, 혈액 소변 등 검체 검사 제도 개편 등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역의사제와 비대면 진료 등 의료계가 줄곧 반대해 온 의료 개혁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진정됐던 의정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타이레놀’ 같은 약품명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을 처방하는 것이다. 약사가 성분이 같은 여러 약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조제할 수 있다. 정부는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 의약품에 한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환자 입장에선 품절된 약을 구하기 쉬워지고 저렴한 약을 고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의협은 “약물마다 용량과 약효가 다르다”며 환자 안전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진통제, 해열제같이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의약품까지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건 과도한 우려다. 약 처방권이라는 기득권을 빼앗길까 우려한다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의협은 혈액, 소변 같은 검체 검사의 수가 지급 방식을 바꾸는 데도 반대한다. 지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검사비와 그에 위탁관리료 10%를 얹어 병의원에 일괄 지급한다. 그간 관행처럼 병의원은 검사비를 할인해 주는 검사기관과 계약해 차액을 남겨왔다. 이 과정에서 출혈 경쟁으로 검사의 질이 떨어지고 불투명한 거래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깨기 위해 앞으로 병의원과 검사기관에 각각 수가를 나눠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자 의협은 내과, 산부인과 등 검사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 온 필수 의료 의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검사 중단”까지 거론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에 나서야지, 환자 편익을 무시한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겠다고 해선 안 된다.
의료계는 정부의 지역의사제 도입, 비대면 진료 제도화뿐만 아니라 국회서 발의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도 반발하고 있다. 지방 필수 의료 공백, 건보 재정 악화 등으로 지금 보건의료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위기에 처해 있다. 의료계가 지금처럼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필요한 변화를 거부한다면 보건의료 시스템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그 피해는 의사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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