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검체검사 시장 80% 이상 점유
10년간 동일업체가 같은 분야 따내
당국 “검사료, 병원 대신 업체 지급”
의원 등 수입 줄어들 가능성에 반발
뉴시스
혈액, 소변 등 국내 검체검사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5개 대형 검체검사 업체가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의심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입찰 가격과 낙찰 예정자를 미리 짜고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10년간 5개 업체 담합 입찰한 의혹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청 지역의 한 국립대 병원은 지난해 4월 검체검사 외주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10년 동안 5개 업체가 담합해 입찰을 따낸 것을 확인하고 업체들을 공정위에 고발했다.
검체검사는 환자의 피, 소변, 장기 조직 등을 분석하는 검사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부터 암 진단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국내 병의원은 피를 뽑거나 소변을 받더라도 직접 분석을 하는 대신 대체로 외부 업체에 맡겨 검사 결과를 받는다. 검사 종류별로 기계를 모두 들여 놓으려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시약 또한 외부 전문업체가 한꺼번에 대량으로 살 때 더 싸기 때문에 검사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업체들은 2014년경부터 지난해까지 병원이 발주하는 ‘외주 검사용역 연간 단가계약’ 일반 입찰 경쟁에서 미리 짜고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병원은 매년 진단검사의학과 등에서 검사를 얼마나 할지 파악한 뒤 최저가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예정 가격은 검사료 수가보다 20∼30%가량 낮은 수준으로 했다.
5개 업체는 예정 가격을 알아낸 뒤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미리 담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이들 5개 업체가 10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해 물량을 받아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급성 설사 등 세균 분석에서는 특정 업체가, 정밀 면역검사에서는 또 다른 업체가 계속해서 낙찰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다른 국립대 병원 등에도 검체검사 계약 현황을 제출받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검사료 낮추고 업체에 직접 지급” 개편에 의료계 반발
병의원들은 검체검사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검체검사도 많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를 받기도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병의원에 지급하던 위탁검사관리료를 없애고 병의원을 통해 지급하던 검사료를 검체검사 업체에 직접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대신 병의원에는 검사료에서 일정 부분 떼 주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배분 비율은 병의원 10%, 업체 90%가 유력하다.
정부는 이렇게 아낀 금액을 필수 의료와 1차 의료 등 개선을 위해 쓰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사료 지급 방식 개편과 동시에 검체검사 기관 인력, 장비 등 운영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체검사 수가 개편은 올해 초 녹십자의료재단에서 검체가 뒤바뀌어 30대 여성이 유방 절제 수술을 잘못 받은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의료계는 반발이 크다. 검체검사를 외주로 맡기며 일정 부분 이윤을 남겨 왔기 때문이다. 서울 한 개원 의사는 “수입이 줄어들면 검체 관리가 필요한 피 검사 등을 할 이유가 없다”며 “만성질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이달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검체검사 개편 방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검체검사
환자의 혈액, 소변 등을 분석해 병이 있는지 등을 알아내는 검사.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암 진단 등에 폭넓게 쓰인다. 국내 병의원에서 하는 검체검사 대부분은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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