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부패한 권력을 감싸고, 정의는 그늘에 서 있다. 그런 현실 앞에 시인은 스스로를 단련된 검으로 세웠다. 검은 도덕적 결단의 표상이다. 예리한 검날처럼 마음을 곧게 세워 사사로움을 버리고, 진실과 정의를 지키려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의 결기는 아첨과 부패의 벽에 부딪혀 무뎌지고 깊은 무력감을 감지한다. 그러나 검으로 ‘먹구름을 가르고 푸른 하늘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만은 강고하다. 검날은 쇠로 만든 칼날이 아니라, 불의를 단죄하는 정신이다. 차가운 검날 속에서 뜨거운 정의가 묻는다. 그대의 검은 여전히 날이 서 있는가.
시인의 거침없는 언설은 한대 민가의 투박한 숨결을 잇고 있다. 일견 ‘온유돈후(溫柔敦厚·부드럽고 도타운 성정)’라는 유가적 가치를 벗어난 듯하지만, ‘문이재도(文以載道·문장 속에 성현의 도를 담는다)’의 견결한 신념은 불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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