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안전기준 완화, 최대 15년 동결
현대차-기아에 긍정적 작용할지 촉각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거센 공세에 유럽연합(EU)이 소형 전기차에 대한 규제 완화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안전 등과 관련한 까다로운 기준을 낮춰줘 유럽 제조사들의 생산 비용을 낮춰주겠다는 취지에서입니다.
중국 전기차는 거침 없이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브랜드들은 올해 9월까지 유럽에서 약 35만 대를 판매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급증한 것이죠. 특히 비야디는 올해 4월 유럽 월간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처음으로 제치는가 하면, 9월까지 12만859대를 판매하며 연간 1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르노, 스텔란티스 같은 유럽의 전통 강자들이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EU는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로부터 유럽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가 소형 카테고리 신설이죠.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자동차산업의 날 행사에서 “12월 10일 ‘경제적 소형 전기차’ 카테고리 신설과 관련 규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유럽 제조사들이 1만5000∼2만 유로(약 2500만∼3330만 원) 가격대의 소형 전기차를 경쟁력 있게 생산할 수 있게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입니다. 현행 EU 규정은 차체 크기와 무관하게 모든 승용차에 동일한 안전·기술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소형 전기차 제조 원가가 불필요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여타 제조사들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죠. 이에 EU는 신설되는 카테고리의 차량(소형 전기차)에는 안전·기술 수준을 완화하고, 앞으로 10∼15년간 규제를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EU는 앞서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 부과를 시작한 바 있습니다. 이번 조치도 중국의 공세를 막으면서 유럽 제조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올해 1∼9월 합산 점유율에서 유럽 시장 점유율(8.0%) 4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기아도 내년에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차 ‘아이오닉 3’, 기아 ‘EV2’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EU의 이번 조치가 우리 자동차업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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