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억 이상 매수 52% 증가… 반도체-원자력 기업에 주문 쏠려
개인, 삼성전자 팔고 하닉 순매수… 외국인과 ‘반도체 종목’ 반대 흐름
국민연금 올해 국내주식 수익률 60%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씨(38)는 최근 본인이 다니는 회사와 경쟁사의 주식을 1억 원씩 매수했다. 올해 방산, 증권사 등에 투자해 꽤 높은 수익률을 거뒀는데, 이 주식을 모두 팔아 2억 원을 반도체 종목에 꽉꽉 눌러 담기로 했다. 김 씨는 “반도체 산업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퇴직연금에서도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로 매수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년 만에 가장 뜨거운 상승장을 맞은 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 번에 1억 원 이상을 사거나 팔며 대량 주문하는 ‘왕개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60%가량의 운용 수익을 올렸을 정도로 상승세가 뜨겁다.
● 1억 원 이상 주문 건수 52% 증가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30일 개인의 하루 평균 대량 주문 건수는 2만8729건이었다. 9월 일 평균 1만8957건에 비해 52%나 늘었다. 지난달 개인의 대량 주문 건수는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으로 개인들의 투자가 활발했던 2021년 8월(3만4543건) 이후 4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삼성전자(6만243건), SK하이닉스(4만3787건), 두산에너빌리티(2만9116건) 등 인공지능(AI) 투자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큰손 개미’들이 는 것은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4,000을 뚫은 코스피는 19.94%나 급등하며 2001년 1월(22.45%)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상승세가 거침없다 보니 주식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올해 수익률도 사상 최대치로 추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1∼10월 누적 수익률이 20%를 넘겼다. 국내 주식 수익률은 6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 개인과 외국인, 엇갈린 ‘반도체 픽’
개인투자자 전체로 보면 매도 흐름이 이어졌다. 개인은 5월 3조3498억 원을 순매도한 이래 6개월 연속 순매도 중이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를 3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하던 9월에는 1조7306억 원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지난달 재매수에 나선 모양새다. SK하이닉스가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움직임은 개인과 대조적이다. 9월 개인이 SK하이닉스를 팔 때 이 종목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지난달에는 4조5127억 원이나 순매도했다. 대신 삼성전자(6조9862억 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조2242억 원)를 순매수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은 기존에 삼성전자 주식에 오래 물려 있어서 삼성전자를 더 사기보다 SK하이닉스를 선택하고, 외국인은 두 주식의 수급에 따라 자주 사고팔며 이익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종목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가장 크다.
증시가 급등하자 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잔액이 10억 원 넘는 고객 예금 계좌 수가 9만9000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0만 좌) 대비 1000좌가량 줄었다. ‘고액 예금’ 계좌 수가 줄어든 것은 2013년 하반기(7∼12월) 이후 약 11년 만이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경기 둔화를 막으려는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 정책이 이어지면 유동성이 풍부할 것”이라며 “반도체 등 AI 관련 투자가 유리하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 과열 해소와 단기 변동성 증가가 불가피하니 급등주 비중 확대와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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