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스캔들’ 美국방 자질론 확산… 트럼프 “기밀유출 없었다 확신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8일 03시 00분


백악관 “기밀유출 없었다” 축소 시도
실수로 초대된 언론인 전문 공개
헤그세스, 출격시간-기종까지 올려
여론조사서도 “매우 심각” 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시그널 스캔들’과 관련해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그는 “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디애틀랜틱에서 대화 전문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기념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시그널 스캔들’과 관련해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그는 “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디애틀랜틱에서 대화 전문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지자 문제가 있었음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AP 뉴시스
“대화방에서 기밀 유출이 없었다고 확신하진 못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있는 민간 메신저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서 예멘의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 계획을 논의한 ‘시그널 스캔들’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사실이 공개된 25일만 해도 “민간인이 대화방에 있었지만 기밀 유출은 없었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같은 질문에 “확신할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의회 차원의 조사에 나서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을 압박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 등 집권 공화당의 일부 상원의원도 경위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특히 논란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자질론으로도 번지고 있다. 성추문 등 각종 논란으로 상원 인준도 간신히 통과한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후 수차례 실언했고, 이번 사태에서도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 ‘전투기 출격 시점’ 등 군사기밀 대화방에 공유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헤그세스 장관, 골드버그 편집장을 해당 대화방에 초대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은 애틀랜틱의 첫 폭로 때만 해도 “기밀 유출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이에 발끈한 애틀랜틱이 26일 대화 전문을 전격 공개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해당 전문에는 헤그세스 장관이 15일 후티 공격 직전 당시 대화방에서 ‘낮 12시 15분: F-18 출격(1차 타격조)’, ‘오후 2시 10분: 2차 공격을 위해 F-18 추가 출격’, ‘오후 2시 15분: 공격용 무인기(드론) 출격’, ‘오후 3시 36분: F-18에 의한 2차 공격 시작과 해상에서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등 공격 시점, 수단 등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대거 공개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또 헤그세스 장관은 그 과정에서 ‘OPSEC(Operational Security·작전 보안)’라는 표현을 썼으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애틀랜틱 측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downplay)’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대변인을 지낸 사브리나 싱 또한 MSNBC 기고에서 “기밀이 보장되지 않은 민간 메신저에 민감한 작전 세부 정보를 직접 입력해 미군 장병들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렸다”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25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는 이번 사건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 헤그세스 책임론 고조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주무 장관인 헤그세스라고 보고 있다. 싱 전 대변인은 “언론인을 실수로 채팅방에 초대한 사람은 왈츠 보좌관이지만,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른 인물은 헤그세스 장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국제무대 데뷔 자리였던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계획에 관한 ‘실언’으로 공화당에서조차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201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했다.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영토 문제는 당사국들 간의 대화로 결정될 문제”라며 발언을 정정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게 중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작전 계획을 보고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에도 직면했다.

다만 레빗 대변인은 26일 “대통령은 변함없이 국가안보팀을 신뢰하고 있다”며 백악관 또한 골드버그 편집장이 해당 채팅방에 초대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널 스캔들#트럼프 2기 행정부#기밀 유출#헤그세스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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