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대학 캠퍼스 등
한 해 589차례 소방 출동하기도
개체 늘고 개발에 살 곳 줄어들어
“완충지대 정비, 행동요령 교육 필요”
지난달 27일 오전 4시 반경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멧돼지가 출몰해 소방대원들이 포획을 시도 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멧돼지 출몰 관련 신고로 소방이 출동하는 사례가 한 해 600건에 육박한다. 사진 출처 X
지난달 27일 오전 4시 반경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멧돼지가 소리를 지르며 소방대원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대원 4명이 한꺼번에 몸을 던져 포획한 뒤에야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이틀 전에는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멧돼지 발견 신고가 잇따라 학교 측이 경보를 내렸다.
● ‘도심 속 멧돼지’ 강북 지역 집중
최근 서울 도심에서 멧돼지 출몰이 이어지면서 안전 우려가 큰 가운데, 관련 출동이 2년 새 1.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주변 산림 생태가 회복되면서 야생동물이 늘어난 영향이지만, 체계적인 공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에서 멧돼지로 인해 소방이 출동한 사례는 58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379건 대비 55.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6월에도 290건 출동했다. 경찰이 별도로 출동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출몰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멧돼지로 인한 출동은 개, 고양이를 제외한 기타 동물(고라니, 너구리, 뱀 등) 가운데 가장 많았다.
멧돼지 출몰은 주로 큰 산과 인접한 강북 지역에 집중됐다. 2024년 기준 종로구가 1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은평구 111건, 도봉구 97건, 강북구 86건, 성북구 6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북악산과 북한산 등 산림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출몰이 잦았다.
멧돼지는 몸집이 크고 돌진성이 강해 사람과 마주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큰 것은 몸무게가 100kg이 넘어 들이받히면 골절이나 장기 손상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멧돼지와 마주치면 눈을 똑바로 보며 뒷걸음질로 자리를 피하고, 건물 계단 등 높은 곳으로 피신하라고 조언한다.
● 자연에 가까워진 도심… 공존 대책 필요
서울에서 멧돼지 출몰이 늘어난 건 택지 개발 등 도심 확장으로 인간 생활권과 자연 경계가 가까워진 데다, 서울 주변 산림 생태가 회복하면서 야생동물 개체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멧돼지는 국내 산림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데다 한 번에 5∼8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뛰어나다. 서식 밀도가 높아지자 먹이나 번식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도심으로 밀려 내려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성민 한국포유류연구소장은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유행 때 멧돼지 사냥이 활성화됐는데, 이후 사냥이 줄어 다시 개체 수가 회복된 멧돼지들이 도시로 나온 것”이라며 “인간이 사는 도심 근처에서 적절한 개체 수 조절이 안 돼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포획이나 먹이 공급보다 생활권 경계 관리, 먹이원 차단, 쓰레기 관리, 산지 완충지대 정비, 시민 행동 요령 교육 등 현실적인 공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소장은 “멧돼지 개체와 서식 군집의 전반적인 파악 등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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