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Morganella morganii)이 환경 물질(DEA)과 결합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면역 신호(IL-6)를 통해 우울증과 연결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타낸 개념도. 인공지능(AI) 챗GPT 생성 이미지
우울증이 뇌가 아닌 장내 환경과 면역 반응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우울증이라도 원인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과학 매체 사이언스 데일리에 따르면,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장내 세균과 환경 물질의 상호작용이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 과정이 우울증과 연결될 수 있는 생물학적 경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가 뇌과학이 아닌 화학 분야 학술지에 실린 점도 눈에 띈다. 우울증을 뇌 기능이 아닌 체내 화학 반응의 결과로 접근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장내 세균 ‘모르가넬라 모르가니(Morganella morganii)’에 주목했다. 이 세균은 기존 연구에서 주요우울장애와의 연관성이 제기돼 왔지만, 실제 작용 방식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세균+환경물질 결합…염증 유발 분자 생성
연구 결과, 환경 오염물질인 디에탄올아민(DEA)이 장내 세균과 결합할 경우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EA는 산업·농업·생활용품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이 변형된 분자는 면역계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유도하고, 특히 인터루킨-6(IL-6)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반응은 연구진에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만성 염증은 그동안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장내 세균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존 클라디(Jon Clardy) 하버드 의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과 우울증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연결 고리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증 연결 경로 하나 규명”…장-염증 메커니즘 확인
이번 연구는 일부 환자군에서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생물학적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일부 환경 물질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별 생활 환경과 장내 상태를 함께 고려한 접근 필요성도 제기된다.
연구진은 특정 환경 요인이 장내 미생물과 결합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제 영향 범위와 작용 방식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환자군을 구분하는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존 클라디 교수는 “미량 오염물질이 체내 지방 분자에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DEA가 면역 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어떤 메커니즘을 찾아야 하는지 알게 된 만큼, 다른 장내 세균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가 모든 우울증 사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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