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말까지 ‘전공의 없는 병원’ 대비 “대형병원 전문의 중심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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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한사이클 쉬어도 문제없어”
복귀할 동력 사라져 최악 상황 대비
경영난 병원 지원-PA간호사 확대
의사들 “지금도 한계”-간호사도 반발

간협 “간호법 통과 안되면 PA사업 불참”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사들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만 명이 모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이 불발될 경우 진료보조(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던 PA 간호사들이 업무를 중단할 경우 의료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간협 “간호법 통과 안되면 PA사업 불참”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사들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약 1만 명이 모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이 불발될 경우 진료보조(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던 PA 간호사들이 업무를 중단할 경우 의료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부가 정한 복귀 시한인 20일까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정부는 연말까지 전공의 이탈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비상진료체계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병원을 전공의 대신 전문의 중심으로 만들고, 경영난을 겪는 대학병원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경증환자들이 대형병원에 몰리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 “전공의 한 사이클 쉬어도 큰 문제 없어”

20일로 전공의 이탈이 3개월을 넘으면서 복귀 동력은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다. 규정상 수련기간에 3개월 이상 공백이 있으면 전문의 취득이 1년씩 늦어지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지금 돌아오나 연말에 돌아오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겉으로 “돌아올 경우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며 연일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말까지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태로 영원히 간다면 문제가 심각해지겠지만 한 사이클 쉬어간다고 그 공백 때문에 의료체계에 크게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속도

먼저 정부는 그동안 전공의에 의존해왔던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는 23일 1차 회의를 열고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보상 개편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의가 많을 경우 수가를 더 지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공의 대신 진료지원(PA·Physician Assiatant) 간호사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대형병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연말까지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이어갈 생각이다. 현재 정부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에서 급여비의 30%를 선지급하고 있다. 정부 부담으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547명을 파견하는가 하면 신규 채용 인력 인건비 등으로 월 1882억 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하며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부담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지만 의료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흠이 생기면 안 된다”며 이해를 구했다.

정부는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이 운영될 경우 상당 기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증환자를 1, 2차 병원으로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3차 병원에 가기 전 2차 병원 경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경증 환자를 지역·전문 병원으로 보낼 경우 수가를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3차 병원이 중증 환자나 2차 병원을 거쳐온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대형병원 경영난 심화, 간호사 반발도

하지만 의사들은 지금도 한계상황이라며 연말까지 버틸 수 있다는 건 정부의 착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23일 총회를 갖고 “일부 교수들은 번아웃 직전에 도달한 상태”라며 매주 금요일 휴진 방침을 밝혔다.

대형병원 경영난도 심화되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23일 비상진료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조강희 병원장은 이날 병원 내부망에 “2개월 내로 통장이 바닥날 것”이란 글을 올리고 전 직원에게 주 4일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한편 직책수당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대신 일을 떠맡게 된 간호사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사 약 1만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간호법 통과 촉구 집회를 열었다. 간협은 이 자리에서 “간호사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려지는 티슈 노동자일 수 없다”며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를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23일 전공의들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전공의들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전공의 없는 병원#전문의 중심병원#간호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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