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집착하는 마음에서 생긴 독… 당연히 놓아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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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따와나 선원 운영 일묵 스님
“화는 성질내고 분노 폭발뿐아니라
우울-걱정-공포도 다 들어가요
참지말고 이해하면 사라집니다”

일묵 스님은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듯이 마음도 훈련을 해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춘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일묵 스님은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듯이 마음도 훈련을 해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춘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화를 참지 마세요. 이해하면 사라집니다.”

1996∼1997년 서울대 졸업생과 재학생 10여 명이 세속의 보장된 삶을 버리고 잇따라 출가해 화제가 됐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을 정도. 이들 중 한 명으로 현재 서울과 강원 춘천에서 사성제 수행도량인 제따와나 선원을 운영하는 일묵 스님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의 근본 원인을 알고 통찰하면, 화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현실의 상황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인 그는 박사학위 과정을 밟던 1996년 성철 스님의 상좌(제자)인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외람됩니다만, 스님은 화를 안 내시는지요.

“하하하, 저라고 어떻게 화가 안 나겠습니까. 화라는 게 막 성질내고 분노를 폭발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뭔가를 통제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이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안 될 때 느끼는 감정도 모두 화이지요. 불교적으로는 불안, 초조, 답답함, 우울, 걱정, 공포, 이런 게 다 화에 들어가거든요. 저도 제자들이 잘 따라오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끼지요.”

―화를 이해하면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만….

“화를 완전히 버리는 건 부처님의 경지지요. 수행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차에 독이 있다는 걸 알면 먹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르면 먹겠지요. 내가 아예 관심이 없는 대상에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어떤 대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반작용입니다. 그 집착하는 마음이 바로 독이고요. 지금 나를 화나게 하는 이것이 바로 독이라는 걸 안다면 당연히 놓고 싶고, 놓으려고 노력하겠지요.”

―요즘 유행하는 ‘멍때리기’도 도움이 됩니까.

“명상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균형 있게 유지하는 법을 몸에 체득시키는 과정이지요. 멍때리기가 일시적인 편안함은 줄 수 있어도 너무 심하게 빠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멍한 상태에 있으면 의식이 둔해지고 몽롱해지는 걸 느끼지요. 그러니 편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의식 멈춤 상태인데….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화가 날 때 술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술이 일시적으로 괴롭고 힘든 생각을 멈추거나 둔화시키는 거죠. 그런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계속 마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슷해요. 명상은 일상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필요하지요.”

―명상은 참선과 비슷한 줄 알았습니다.

“운전과 비슷해요. 안전 운전을 하려면 교통신호, 법규 등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빨간불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고 운전하면 당연히 사고가 나겠지요. 그래서 사성제, 팔정도 등 불교 공부도 필요해요. 불교 이론을 배우라는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 모두 부처님이 먼저 경험한 괴로움을 소멸하는 수행 방법이거든요. 그 뒤에 자기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거죠. 요즘 세상이 화로 가득 차 있는 건 자기 마음을 자기가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듯 마음도 훈련해야 제어할 수 있지요.”



춘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제따와나 선원#일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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