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전성기 이끌던 김석원 前회장 별세

30세때 선대회장 별세로 회장 취임
건설-증권-자동차 등 사업 다각화
재계 6위로 키워… 외환위기로 위기
국회의원 당선돼 정계 진출도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26일 새벽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고인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쌍용그룹을 한때 재계 서열 6위까지 키워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대구 출신인 고인은 서울고 졸업 후 1966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유학 중이던 1970년 귀국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베트남전에 10개월간 참전하기도 했다. 1975년 부친인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30세에 쌍용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쌍용양회를 기반으로 쌍용중공업과 쌍용종합건설을 세우고 효성증권을 인수해 쌍용투자증권으로 키우는 등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그룹을 재계 6위까지 성장시켰다.

유학 시절 레이싱 학교에 다닐 정도로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19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1988년 사명을 쌍용자동차로 변경했고, 그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큰 인기를 끈 ‘코란도 훼미리’를 선보였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권유로 대구 달성에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도 진출했다. 다만 당시 쌍용그룹은 자동차 사업 적자가 누적되며 위기를 겪고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며 1998년 1월 쌍용차가 대우그룹에 매각됐고, 고인도 그해 2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쌍용그룹의 어려움은 계속됐고, 결국 계열사를 매각하며 그룹은 해체됐다.

고인은 1975년 강원 평창군에 국내 첫 현대식 스키장 용평리조트를 개장하는 등 한국 동계스포츠와 레저산업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 한국스카우트재단 총재로 선출돼 스카우트 운동에 헌신했고, 1991년 강원 고성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유치한 주역으로도 평가된다. 2000년부터는 3년간 세계스카우트지원재단(WSF) 의장을 맡았다.

이날 빈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등 재계 관계자들이 근조 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조욱래 DSDL 회장,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 등은 직접 빈소를 찾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장, 김무성 전 의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관계와 문화계, 체육계 등 각계 관계자들도 조문했다. 스카우트 운동으로 고인과 인연을 맺은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은 근조 화환으로 조의를 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문순 씨와 아들 지용 학교법인 국민학원 이사장, 지명 JJ푸드시스템 대표, 지태 태아산업㈜ 부사장 등이 있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7시 20분, 장지는 강원 평창군 용평 선영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