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아기부터 러닝 고수까지…온 가족 함께 즐긴 대전트레일온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8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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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둘러싼 갑하산 일원에서 열린 대전트레일온런 대회 24K(km) 부문 참가자들이 오르막 구간을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24K, 10K 트레일런과 5K 걷기 부문에 총 1800여 명이 참가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2023 대전트레일온런 겸 보훈둘레길 걷기’ 10K(㎞) 부문에 출전한 조성연 씨(40)가 17일 결승점인 국립대전현충원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5K 걷기를 마친 딸 미라 양(11)과, 아들 류신 군(9)이 웃으며 아빠를 맞이했다. 이어 아내이자 엄마인 데라다 미나 씨(37·일본)가 24K 트레일온런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네 식구는 거의 네 시간 만에 다시 모였다. 3시간56분28초의 기록으로 여자부 2위에 오른 데라다 씨는 “서울에서 내려와 어젯밤을 찜질방에서 보냈다”면서 “이번 대회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4K 여자부 2위에 올라 시상대에 선 데라다 미나 씨(왼쪽). 남편 조 씨는 아내만 24K에 출전한 이유를 묻자 “아내가 작년에 장비도 없이 처음 나간 대회에서 2등을 했다. 그때는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20K 대회를 같이 나간 적이 있는데 아내가 오르막을 너무 잘 갔다. 그래서 ‘나 신경 쓰지 말고 가라’고 했더니 아예 뒷모습이 안 보였다”며 웃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대전트레일온런 참가자들이 평지 구간을 저마다 달리거나 걷고 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대전트레일온런 참가자들이 숲길을 줄지어 지나가고 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트레일온런은 원래 들과 산, 사막 등 비포장길을 걷거나 뛰는 대회다. 다만 이번 대회는 유모차나 휠체어 사용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포장도로를 걷는 5K 코스를 따로 마련했다. 덕분에 구민수 씨(37)도 생후 100일이 되지 않은 막내를 유모차에 태운 채 남편, 두 딸과 함께 5㎞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예전에도 아이들과 동아마라톤에 나간 적이 있다”는 구 씨는 “걷기 대회는 처음인데 코스가 편해 막내가 아주 잘 잤다”며 웃었다

3개월 된 막내까지 세 자녀를 모두 데리고 대전트레일온런 5K 걷기에 나선 구민수 씨(오른쪽) 부부.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번 대회 공동주최인 한국도시가스협회의 회원사 씨엔시티에너지의 직원 박현옥 씨(왼쪽)도 남편, 아들과 함께 5K를 걸었다. 출발할 때는 아빠 손을 잡고 걸었던 아들은 결승선으로 돌아올 땐 아빠 품에 안겨있었다. 박 씨는 “중간에 못 걷겠다고 해 아빠가 안고 왔다. 오늘은 날이 덥긴 했는데 둘레길에는 중간중간 그늘이 많아 괜찮았다. 대전에서 이런 대회가 처음 생겨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빠와 손을 잡은 채 결승선을 통과한 임재준 군(가운데). 초등학교 1학년인 임 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5K를 혼자 다 걸었다. 아들과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아빠 임현수 씨는 아들의 축구복 차림에 대해 “어제 사줬더니 오늘 입고 뛰었다.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며 웃었다. 출발은 함께했지만 한참 먼저 결승선에 도착해 남편과 아들을 맞은 김해희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날이 더워서 빨리 와서 쉬려고 좀 더 빨리 걸었다”고 전했다.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날은 24K 경기 출발 시간이었던 오전 7시 30분부터 기온이 22도를 넘었고 오전 10시부터는 체감기온이 27도를 넘어가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1시간11분26초 기록으로 이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10K 남자부 1위를 차지한 김두진 씨(46)는 상의를 탈의한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10K 남자부 우승자 김두진 씨가 상의를 탈의한 채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현재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 중인 김 씨는 “킥복싱 체력훈련 목적으로 마라톤을 하다 트레일런에 빠지게 됐다”며 “더운데 산을 뛰면 공기도 시원하고 성취감도 더 크다. 다들 코로나19도 끝났으니 트레일런으로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10K 남자부 우승자 김두진 씨가 상의를 탈의한 채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현재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 중인 김 씨는 “킥복싱 체력훈련 목적으로 마라톤을 하다 트레일런에 빠지게 됐다”며 “더운데 산을 뛰면 공기도 시원하고 성취감도 더 크다. 다들 코로나19도 끝났으니 트레일런으로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평지를 뛰는 로드레이스와 달리 트레일런은 산길 구간에서 시원한 나무 그늘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김동식 씨(42)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249’(풀코스 2시간 49분 이내 완주)를 달성할 정도로 마라톤 실력자지만 트레일온런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 씨는 “마라톤처럼 계속 뛰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첫 오르막부터 다들 걸으셔서 깜짝 놀랐다. 14㎞쯤 가니 이미 허벅지가 다 굳더라. 앞의 분들 따라 겨우 완주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첫 출전부터 3시간42분16초로 남자부 24K 3위에 올랐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24K 남자부 우승자 황형민 씨. 이날 황 씨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10K를 완주한 뒤 쉬고 있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저분은 계속 ‘지나갈게요’ 외치면서 쉬지 않고 뛰더라”는 목격담이 돌았다. 다만 황 씨는 “저도 오늘 코스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오르막-내리막이 네 번 이어져 누적 고도가 1900m로 국내 산악 코스 중 상급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트레일온런 사무국 제공
24K 남자부 1위는 황형민 씨(35)가 차지했다. 황 씨는 이날 결승선을 3시간20분37초에 통과했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트레일런 세계선수권대회 45K 부문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던 황 씨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전트레일온런은 UTMB 참가 자격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대회다.

트레일런 10년 경력자로 2위(3시간 36분)에 오른 유인용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역시 은퇴 후 UMBT에 도전해보는 게 꿈이다. 사진은 유 씨가 이날 대회 출발 전 대전트레일러닝동호회(DTR) 회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유인용 씨 제공
지난해 서울트레일온런에 이어 이번 대전트레일온런 역시 대회 수익금 전액을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푸르메재단에 기부한다.

▽2023 대전트레일온런 부문별 순위
△24K 남자
①황형민
3시간20분37초
②유인용
3시간36분00초
③김동식
3시간42분16초

△24K여자
①김현자
3시간30분31초
②데라다 미나(일본)
3시간56분28초
③정설아
4시간3분6초

△10K남자
①김두진
1시간11분26초
②김재광
1시간15분45초
③오우상
1시간24분26초

△10K여자
①김은아
1시간56분30초
②이미리
1시간57분8초
③이경주
1시간57분42초

대전=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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