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 고립 체험해보니, 10년째 방에서 안 나오는 아들 심정 이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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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청년 치유캠프 참여 부모들
“내가 중심을 지켜 자녀 살릴것”

26일 오전 강원 홍천군 행복공장수련원 빈숲에서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에 참여한 부모 16명이 주최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제공
26일 오전 강원 홍천군 행복공장수련원 빈숲에서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에 참여한 부모 16명이 주최 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제공
“저는 잠시 독방에서 지냈는데도 이렇게 힘드네요. 아들은 지금 방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까요.”

방 밖에 거의 나오지 않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 아들을 둔 임혜숙(가명·50) 씨는 28일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 1기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임 씨의 아들은 학창 시절 잦은 이사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자 고등학교 때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임 씨는 “10년 넘게 방 밖으로 거의 안 나오는 아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돌이켰다.

올 3월 사랑의열매와 청년재단,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부모가 바로 서야 자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고립 청(소)년 부모교육’을 시작했다. 3개월 동안 매주 수업을 들으며 자녀와의 소통 기술 등을 배운 부모들은 마지막으로 26일부터 강원 홍천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치유캠프’에 참여했다.

부모들은 캠프 첫날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독방에 갇혔다. 1평(약 3.3㎡) 남짓한 방에는 화장실과 작은 책상만 있었다. 오후 11시∼오전 10시 독방에 갇혀 배식구를 통해 식사를 받았고 낮에는 명상 프로그램 등이 진행됐다.

중학생 딸이 1년 넘게 등교를 거부 중이라는 정혜영(가명·52) 씨는 “맞벌이인데 바쁘다는 이유로 딸의 고민을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며 “비행기가 추락할 때 부모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쓰는 것처럼 내가 중심을 지키면서 자녀를 살려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캠프를 마친 부모들은 모임도 만들었다. 모임 대표를 맡은 임형식(가명·56) 씨는 “은둔 자녀를 둔 부모끼리 서로 격려하고 자녀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 1월 서울시가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만 19∼39세 청년 중 약 61만 명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천=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치유캠프#독방 고립 체험#고립·은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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