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별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흙일 뿐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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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김상욱 지음/404쪽·1만7800원·바다출판사

질소는 생물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단백질 골격의 절반이 질소다. 공기의 80%가 질소일 정도로 널려 있지만 생물은 직접 활용하기 어렵다. 질소 원자 2개가 결합해 질소 분자(N₂)가 만들어지는데 원자끼리 3개의 팔로 강하게 결합돼 깨기 힘들기 때문이다. 질소의 결합은 산소 분자나 수소 분자보다 두 배 가까이 강하다.

자연에서 질소 분자의 결합이 깨져 생물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뀌는 경로는 사실상 번개, 그리고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뿐이다. 19세기 남미에서는 부족한 천연 비료를 쟁탈하려는 국가들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화학공업을 통해 질소 분자의 결합을 깨고 비료를 대량 생산하지 못한다면 현존하는 세계 인구 80억 명 중 적어도 30억 명은 굶어 죽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로 ‘김상욱의 양자공부’ 등을 냈던 저자가 공저를 제외하면 5년 만에 출간한 교양과학서다. 계간지 ‘스켑틱’에 연재한 칼럼을 보강해 썼다. 책은 원자와 별, 생명과 인간을 다룬다. 물리학에서 화학, 생물학, 인간학을 넘나들며 물질과 지구, 에너지의 근원, 우주와 빅뱅, 생명의 복제와 진화 등을 설명한다.

인간이 만든 물건과 인간이 포함된 생물 전체는 지구를 이루는 원자와 동일한 원자로 이뤄져 있다. 11, 12세기 페르시아의 천문학자이자 시인인 오마르 하이얌은 “흙이 말한다. 왜 당신은 나를 건드리는가? 그대와 나는 둘 다 같은데. …우리는 모두 단지 흙일 뿐이다”고 썼다. 이 글은 시적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인 셈이다.

책의 제목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따왔다. 저자는 “나에게 하늘은 우주의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온다”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의 경이로움을 담아보려 했다”고 했다. 부제(원자에서 인간까지)처럼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데, 각각의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알차서 눈길이 간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하늘과 바람과 별과#질소 분자의 결합#시적 표현#과학적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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