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흡연, 골밀도 떨어뜨려 디스크 유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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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한 개비로 하루를 시작하는 정 부장(54). 출근 직전에도, 오전 회의를 마친 뒤에도, 업무가 막힐 때도 어김없이 담배를 꺼내 문다. 점점 줄어드는 흡연구역 탓에 담배를 끊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담배 한 갑 이상은 기본이다. 하지만 50대 중반에 다가서자 몸에 부담이 누적된 것인지 흡연으로 인한 신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잔기침이 잦아졌고 가래가 생긴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만성적으로 이어지던 허리 통증도 심해져 최근 한방병원을 찾기도 했다. 의료진은 “척추 노화가 진행되며 약해진 허리에 지나친 흡연이 부담으로 작용해 통증의 원인이 된 것”이라는 소견과 함께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내린다. 다행히 비수술적인 방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정 부장은 본격적인 치료에 나서기로 한다.》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자기 관리에 철저한 꽃중년이라 할지라도 흡연만큼은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한 리서치 기업에서 20∼60대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흡연율에 있어 50대가 3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불릴 만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잠시 동안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생활에서의 소통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쉽게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흡연은 특유의 중독성과 함께 되레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쾌감을 유발하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켜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는 30분 전후로 빠르게 사라지며 체내에서 니코틴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금단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담배를 피워야 하는데 이 같은 악순환이 니코틴 중독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정 부장의 사례처럼 흡연은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니코틴은 칼슘의 정상적인 대사 작용을 방해하고 골밀도를 떨어뜨린다. 이는 골다공증을 유발하며 척추에도 미세한 골절이 생기면서 허리디스크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담배를 자주 피울 경우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 주위에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며 척추의 퇴행이 촉진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척추의 노화가 진행되는 중년 이후부터는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 질환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허리 통증이 부쩍 잦아졌거나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방 통합 치료를 통해 허리 통증의 원인을 바로잡는다. 먼저 뼈와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의 배열을 교정하고 디스크 주변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이어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놓아 손상된 척추 주변에 발생한 염증을 제거하고 통증을 해소한다. 여기에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방 통합 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저널 ‘건강관리(Healthcare)’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방 통합 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의 허리 기능장애지수(ODI)가 3분의 1 수준까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시 46.39로 중증 이상의 장애 수준에 달했던 ODI가 퇴원 시 16.47까지 감소한 것이다. ODI는 허리 기능 장애 정도를 0∼100 숫자로 표현한 척도로 값이 클수록 장애가 심함을 의미한다.

치료와 함께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척추 건강과 금연에 모두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는 걷기를 권한다. 하루 30분 이상 숨이 조금 차는 정도로 걷기 운동을 지속하면 척추 주변 근육을 발달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운동 과정에서 진통 효과를 지닌 엔도르핀이 발생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 및 흡연 욕구 완화에도 좋다.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악순환으로부터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계속되는 금단 현상이나 의지만으로 흡연을 참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음주와 흡연 등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 튼튼한 척추와 함께 건강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박종훈 안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헬스동아#건강#의학#중년 흡연#디스크#허리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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