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몰라서 가스료 감면 못 받은 가구 41만… 행정이 왜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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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비 급등에 한파까지 이어지면서 난방비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8%, 38.4% 올랐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News1
가스비 급등에 한파까지 이어지면서 난방비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난방에 주로 사용되는 주택용 열요금은 Mcal당 89.88원, 도시가스 요금은 19.69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8%, 38.4% 올랐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News1
도시가스요금 감면 대상임에도 그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거나 신청 절차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한 취약계층이 지난해 41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스요금 감면과는 별도로 매년 9만 원씩 지원되는 에너지바우처(이용권)도 몰라서 신청 기회를 놓친 수급 대상이 지난해 12만2220가구였다.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건’에서 드러난 ‘수혜자 신청주의’ 복지 행정의 한계가 에너지 요금 감면제도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가스요금 감면 대상에서 누락된 가구는 2020년 71만 가구, 2021년 36만 가구로 지난해까지 3년간 모두 150만 가구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에는 매월 6600원, 겨울에는 2만4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데 이를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한 가구도 지난해까지 3년간 22만5000가구였다. 매서운 한파가 닥친 데다 난방비까지 올랐는데 감면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올해 더욱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을 빈곤층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동안 다양한 복지 제도가 도입됐지만 그때마다 제도의 존재를 모르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해 다수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의 홍보 노력이 부족한 데다 빈곤층일수록 고립돼 있거나 생활고 또는 장애에 시달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빈곤을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신청 과정에서 심리적 상처를 받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조사 결과 이 같은 이유들로 수혜 대상에서 배제된 사람이 5명 중 1명이었다. 수혜 대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여러 복지 프로그램들을 한곳에서 상담 받고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번 가스요금의 경우 정부가 수혜자 대신 요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는데도 2년 가까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여야 간 견해차가 있는 법안도 아닌데 방치한 이유가 뭔가. 복지 행정의 책임은 제도 도입과 예산 확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온기가 필요한 국민에게 가 닿는 것임을 정부와 국회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시가스요금#몰라서#혜택 못받은 취약계층#41만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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