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란, 서로 상대국 대사 초치… 외교 갈등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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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순방]
이란 “尹 핵보유 언급 NPT 위반” 주장
‘원유대금 문제’ 등 갈등 재점화 우려
호르무즈해협 한국 상선 안전 촉각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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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한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招致·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들여 항의성 입장을 전달하는 것)해 날 선 항의를 주고받는 등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자체 핵 보유를 할 수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따라 한국에 동결된 자국 원유수출 대금 70억 원 반환을 요구하다 2021년 1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했다. 이번 갈등이 자칫 우리 선박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와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군 파병부대와 이곳을 통행하는 우리 상선들에 주의를 당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본부로 불러들였다. 조 차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UAE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 발언이었다”고 했다. 앞서 레자 나자피 이란 외교부 법률·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18일(현지 시간)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이란 외교부 본부로 불러들여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나자피 차관은 윤 대통령의 “적” 발언과 상관 없는 자체 핵 보유 발언까지 문제 삼으며 “NPT에 어긋난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조 차관은 샤베스타리 대사에게 ‘NPT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또 “우리나라는 NPT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이러한 의무 이행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이란은 NPT에 가입했지만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했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묶인 원유 수출 대금을 돌려달라고 거세게 압박하던 이란은 한국 선박을 억류해 갈등을 빚었다. 이후 이란 핵합의(JCPOA) 복원으로 미국의 제재가 풀리면 원유 수출 대금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갈등을 봉합했지만 협정 복원을 위한 이란과 미국 간 협상은 교착 상태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한국 선박의 안전을 위해 이란과의 안정적 관계 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란#초치#외교 갈등#n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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