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형로펌 변호사 아들도 브로커 도움으로 병역면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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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상담후 뇌전증 진단” 증거 확보
변호사, 상담 시인후 소명자료 제출
브로커 체포땐 동료에 변호 부탁도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부장판사 출신으로 현재 대형 로펌 소속인 A 변호사의 아들이 병역브로커 구모 씨의 도움으로 병역을 면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변호사는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에게 구 씨의 변호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은 A 변호사의 아들과 부인이 구 씨를 찾아가 뇌전증 진단 관련 상담을 받고 병역을 면탈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씨의 사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A 변호사 아들의 병역 관련 서류와 계약서 등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변호사의 아들은 ‘등급 보류’에 해당하는 신체등급 7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A 변호사는 부장판사를 지내고 2017년 퇴직했으며 아들이 구 씨를 찾아갔을 때는 변호사 신분이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 씨와 상담해 뇌전증 진단을 받은 건 맞지만 아들이 오래전부터 다른 질환도 심하게 앓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입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A 변호사측은 이런 주장을 소명할 수 있는 진료기록 등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변호사는 지난해 말 구 씨가 검찰에 체포되자 구 씨의 요청으로 구치소를 찾아가 면담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 선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B 변호사에게 구 씨의 변호를 부탁했다. B 변호사는 현재까지 구 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A 변호사는 “구 씨가 변호를 의뢰했는데 직접 맡기 어렵다고 판단해 알고 지내던 동료 변호사를 소개해준 것”이라고 했다. B 변호사는 “A 변호사에게 구 씨와의 관계 등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구 씨는 평소 A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의 이름이 적힌 ‘협약서’를 휴대전화에 보관하면서 의뢰인들을 협박했다고 한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한 후 ‘뇌전증 연기 시나리오’를 알려주고, 의뢰인이 “불법 같다”며 꺼리면 협약서를 보여주면서 “이미 사인을 했으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것이다. 다만 협약서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1일 구속 기소된 구 씨는 현재 B 변호사의 검찰 조사 입회를 거부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7일에는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래퍼 라비
래퍼 라비
구 씨의 공소장에는 병역 면탈 피의자가 7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의뢰인 중에는 이미 알려진 배구선수 조재성 씨와 아이돌 그룹 소속 래퍼 라비, 1부 리그 축구선수 외에 2021년 흥행한 드라마의 조연급 연기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병역비리 사건#뇌전증#브로커#병역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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