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암살자 ‘블랙아이스’…“아이들 타고 있었으면 끔찍”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6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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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암살자라고 불리는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겨울철 도로 위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와 함께 민간 도로 교통정보 업체와의 정보 교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9시10분께 경기 포천 소흘읍 이동교리 포천 방향 구리포천고속도로 축석령 터널 인근에서 차량 44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 33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1대가 미끄러져 중앙분리대에 부딪히며 사고가 나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추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블랙아이스 현상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 사고 당일 포천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전부터 눈이 내렸다. 또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도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아이스란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도로 위에 녹았던 눈이 다시 얇은 빙판으로 얼어붙는 도로 결빙 현상을 말한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위 매연이 함께 얼면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주행 중 발견하기 힘들어 ‘도로 위 암살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처럼 겨울철 도로 결빙 현상으로 인한 사고는 한번 사고가 나면 많은 사상자를 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도로 위 결빙으로 일반 노면보다 차량의 미끄러짐이 심해 다중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간 도로 서리와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4889건 발생했다.

특히 겨울철 사고가 급증하는 추이를 보이는데, 최근 5년간 월별 사고 건수(인명피해)는 ▲11월 258건(510명) ▲12월 1627건(2858명) ▲1월 1983건(3369명) ▲2월 929건(1588명) ▲3월 92건(176명)이다.

블랙아이스로 인한 교통사고는 1건당 2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연평균 일반적인 날씨(건조)상태에서의 사고 1건당 인명피해는 1.5명으로, 12월~1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블랙아이스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2019년 12월에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 양방향에서 차량 20여 대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7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트럭과 승용차 등 20여 대가 잇따라 충돌했고 일부 차량에선 불이 나, 2시간 반 만에 꺼지기도 했다. 사고 원인으로 ‘블랙아이스’가 지목됐다.

설날을 6일 앞두고 겨울철 블랙아이스로 인한 대형 사고 소식이 들려오자 시민들은 귀성길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운전 중 블랙아이스로 교통사고를 당해 목과 손목에 부상을 입은 직장인 손모씨(38)도 “새벽에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확 미끄러지더니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다행히 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설날에 시골에 내려갈 때 가족들이 다 같이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를 가진 직장인 최선호(35)씨도 “이번 설에 전북 김제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가족들과 다같이 내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사고 소식을 듣고 조금 번거롭더라도 안전하게 기차를 타고 내려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염화칼슘 등 블랙아이스 예방 위한 정부의 선제적 조치와 함께 민간 네이게이션 업체 등과의 정보 교류를 통해 운전자들이 블랙아이스 지점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같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블랙아이스 위험 지역 부근에 미끄럼 방지용 제설 염화 칼슘 등을 뿌려놓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먼저다”라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에게 블랙아이스 지점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인데 현재 공공기관에서의 정보 업데이트는 민간업체보다 그리고 전파가 잘 안된다”며 “운전자 대부분이 쓰는 티맵이나 카카오네비 등 민간 도로 교통정보 제공 업체와 정부가 협력해 블랙아이스 지점 부근에서 경고를 울리는 등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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