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지수, 두달 연속 ‘위기’…자영업 대출 1000조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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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등이 겹치면서 한국의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내년 자영업자 부실 위험이 4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시스템의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올 3월(8.6) 주의 단계에 진입한 데 이어 10월(23.6), 11월(23.0) 두 달 연속 위기 단계에 머물렀다.

이 지수는 금융 안정에 영향을 주는 20개 실물·금융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으로 8 이상이면 ‘주의’, 22 이상이면 ‘위기’로 분류된다. FSI가 위기 단계에 진입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4~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긴축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 사건이 가세해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의 중개 기능이 제약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기업대출이 급증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6월 말 116.6%에서 9월 말 118.5%로 상승한 반면 가계부채 비율은 105.2%로 0.3%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금융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도 9월 말 명목 GDP의 125.9%인 2696조6000억 원이나 됐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이 9월 말 현재 1014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4.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대출은 1년 동안 은행(6.5%)보다는 비은행권(28.7%)에서, 비취약대출자(13.8%)보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저신용 대출자(18.7%)에서 더 많이 늘어나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금처럼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코로나19 금융 지원 조치마저 종료되면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규모는 최대 39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취약한 대출자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취약하지 않은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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