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실장이 최고 북한 전문가?…“정치인이 된 정보맨” [중립기어 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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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방송된 시사 라이브 <중립기어>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책임론을 전격 해부했습니다. 북한학 박사인 신석호 부국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보의 정치화’”라고 말했습니다. 동아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zTpEH_l-vto)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방송 내용입니다.

●최종 책임자는 文?

▷조아라 기자
서해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혐의인데 왜 적극적으로 이 씨를 구조하지 않았냐는 것과 해양경찰이 ‘자진 월북’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최종 승인한 책임 있다는 거예요.

신석호 부국장
일단 피해자인 유족 분들이 고소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사법적인 절차에 올라간 거죠. 국정 운영의 잘못이 있을 경우 그 총 책임자는 대통령이고 대통령은 모든 사건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죠. 다만 지금 관심을 모으는 건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지 여부인데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최종 승인자’가 대통령이라고 한 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사건의 핵심에 스스로 뛰어든 형국입니다.

▷조아라 기자
하나씩 팩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초기 대응 타임라인을 살펴보면요, 문 전 대통령이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왜 3시간 넘게 구조 지시를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의문이 듭니다. 일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구속 영장실질심사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제출한 북한군 교신에는 ‘죽었으면 놔두고 살았으면 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해요. 북한군에 구조될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죠.


▶신석호 부국장
정부는 이번 사건도 통상적인 사건으로만 본 겁니다. 서해에서 조난당해 북측 해역에서 표류한 국민들이 과거에도 있었는데 보통 북한은 우리 국민을 구조해서 활용해왔죠. 물밑에서 협상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 사건이 통상적이지 않았다는 거죠.

사건은 보통 전혀 예상할 수 없는 3가지의 원인이 겹쳐서 발생한다는 얘기를 종종 하는데요. 일단 이 씨가 북한 해역까지 표류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 원인은 그 때가 코로나 정국이었다는 거예요. 북한이 당시 한국을 코로나19 유입경로로 지목하면서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이 고조되던 때였어요. 이 씨를 절대 배에 태우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죠. 세 번째는 불행하게도 이 씨의 죽음을 막았어야 될 안보당국이 남북 관계 회복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거예요. 피살 사건 발생 당시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남북 관계가 파탄됐다가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던 시기에요. 또 23일 새벽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유엔 화상 연설이 계획돼 있었고요. 문 전 대통령도 유엔 연설로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북미 대화를 회복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거예요. 3가지 별개로 보이는 사건 속에서 이 씨의 죽음이 발생한 거겠죠.

사건이 발생한 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한데요.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를 위한 대응을 논의한 게 아니라 보안 유지를 지시하고 관련된 첩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했다는 거잖아요.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의 문제는 크게 왜 북한에 연락해서 살아있는 이 씨를 구하지 못했느냐와 은폐했다는 것 그리고 ‘월북 몰이’ 3가지예요. ‘월북몰이’는 특히 유족들이 가장 분노하는 이유죠.

▷조아라 기자
중립기어를 박겠습니다. 어쨌든 민주당 쪽에선 ‘자진 월북’은 정책 판단이었고 그걸 어떻게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거든요.

신석호 부국장
그건 일관되게 말이 안 되는 얘깁니다. 언론들이 ‘정책 판단’이라고 무비판적으로 옮기고 있지만 이건 정책 판단이 아니에요. ‘정책판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 경제사령탑이 취한 경제정책이 옳았느냐 틀렸느냐 따질 때나 쓰는 용어죠. 이 씨가 사고로 바닷물에 빠졌는지 월북하려고 바닷물에 뛰어들었는지 판단하는 게 왜 정책 판단이죠. 그건 ‘정보 판단’이라고 하는 거예요. 당시 북측 해역에서 이 씨를 발견하고 7시간동안 조사한 교신 내용을 엿들은 우리 군 감청 자료만 있을 뿐인데 그것을 보고 월북이라고 판단하는 건 첩보를 갖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정보판단’이라 할 수 있겠죠. 정보 판단이 맞았는지를 놓고 봐도 말이 안되는 게 감청 자료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한 번 나왔다는 것 뿐이에요.

▷조아라 기자
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국방부가 구명조끼, 슬리퍼, 부유물 등의 증거를 들어 ‘자진 월북’이라 판단했지만 그와 반대되는 정황들도 나왔죠. 특히 ‘월북’이라는 단어는 북한군 심문이 2시간 동안 계속되다가 나왔다는 거고요.


신석호 부국장
구독자님들께 쉽게 얘기하면 소문들 중에서 사실을 가려 보도하는 것이 저희 책임이고 업입니다. 그거로 기사 못쓴다 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찌라시(사설정보지)로 기사 쓰면 언론사가 소송 당해요.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맞다면 (‘자진 월북’했다는 건) 찌라시 가지고 기사 쓴 거에요. 이 사건은 특히 다른 사건도 아니고 사람의 죽음을 다루는 일이었어요. 당시 정부가 내렸어야 할 정답은 “바다에 계셨던 원인은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없다”예요. 모르는 것에 겸손했어야 되는 거죠. 찌라시를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던 정황이 있었겠죠.
●‘보안’이냐 ‘은폐’냐

▷조아라 기자
지적하신 3가지 의혹 중 서 전 실장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던 정황은 동아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서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서 전 실장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보안’ 유지인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위한 ‘보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석호 부국장
서 전 실장 측에선 은폐가 아니고 모든 안보 사안은 그렇게 대처한다는 건데요. 물론 언론에 바로 공개하지 않고 신속하게 진상 파악해서 대책까지 세워서 발표하는 게 맞죠. 하지만 검찰이 은폐라고 보는 이유는 은폐 뒤에 ‘자진 월북’이라는 ‘조작’을 했다는 거잖아요. 통상적인 보안이 아니라 조작을 위한 보안이었고 그래서 첩보보고서까지 삭제했다고 보는 거예요.

▷조아라 기자
안보당국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보안을 지키는 중립적인 기관인데 결과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 했잖아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의 본말이 전도됐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신석호 부국장
제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가라사대’를 한번 외쳐보고 싶습니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이번 사건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에요. 남북 분단 상황에서 한국 안보 당국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보의 정치화’라는 거예요.

정보라는 것은 첩보 여러 개가 일관돼야 정보가 되는 거예요. 정보가 더 굳어지면 그게 사실이 되는 겁니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은 정치와 단절돼야 합니다. 그래서 사건 발생 당시의 국정원이나 군은 감청만으로 사건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봤던 거 같아요. 서 전 실장도 국정원 출신의 오래된 ‘정보맨’이었고 그렇게 했어야 됐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당시 서 전 실장은 정보맨이 아니었던 거죠. 안보실장은 대통령을 대리해 ‘안보’라는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죠. 북한의 종전선언을 유엔 연설을 계기로 이끌어내서 남북, 북미 대화를 해야한다는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검찰의 공소사실이 맞다면 이 사건 본질은 정치인이 된 정보맨이 ‘정보의 정치화라’는 대한민국 안보담당자들의 오래된 덫에 빠진 것이라고 봅니다.
●서훈은 왜 그랬나

▷조아라 기자
일단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이 책임 회피를 위해 사건을 은폐했을 수 있는데도 서 전 실장을 ‘북한 최고 전문가’라고 두둔하고 있습니다.

신석호 부국장
저도 북한학 박사지만요, 서 전 실장이 최고의 북한 전문가인건 맞습니다. 이 분은 평생을 국가정보원에서 북한만 담당했던 분이에요. 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을 위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현장사무소장으로 북한에 가서 97년부터 2년 살았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이고요. 또 2000년, 2007년, 2018년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도 이끌어냈죠.

▷조아라 기자
중립기어 박겠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 다룬 사람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거짓말쟁이라고 한다”라고 반박했어요. 그러니까 서 전 실장이 나서서 대북협상을 주도했지만 북한에 경도된 입장만 반영한 북미 협상을 진행하려 했기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 할 수 있겠냐는 거거든요.

신석호 부국장
이 분은 정보맨이었고 또 학자였어요. 저는 그 다음에 비극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캠프에서 안보 좌장 역할을 하면서 정치인이 된 겁니다. 정치 영역에선 모든 걸 이 정권에 유리하냐 아니냐로 판단할 수밖에 없잖아요. 북한이 비핵화되고 공동 번영하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하지만 바라는 것과 북한이 그렇게 될 거라 믿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 거짓말 하는 건 다른 겁니다.

조아라 기자 lik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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