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로 재탄생한 새타령-아리랑, 맨해튼서 울려 퍼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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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오케스트라, 美공연 성황
“곡 만들땐 내 나라-민족 떠올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타임스센터 공연장에서 3일(현지 시간)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이지혜 
씨가 앙코르곡 ‘Have Yourself a Merry Christmas’를 부르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타임스센터 공연장에서 3일(현지 시간)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이지혜 씨가 앙코르곡 ‘Have Yourself a Merry Christmas’를 부르고 있다. 뉴욕한국문화원 제공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더타임스센터 공연장.

관객 3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한국인 재즈 작곡가이자 빅밴드 ‘지혜리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이지혜 씨(40)가 무대에 섰다. 이날 열린 ‘Young Korean Artist Series: Jihye Lee Orchestra’는 한국인이 이끄는 재즈 오케스트라가 미국 중형급 이상의 공연장에서 처음 갖는 단독 공연이다.

지혜리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발매된 앨범 ‘Daring Mind’의 수록곡 ‘Relentless Mind’를 시작으로 한국 전통 민요를 재즈로 편곡한 ‘새타령’과 ‘아리랑’, 이 씨의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Born in 1935’, 이민자에 대한 위로를 담은 ‘Nowhere Home’ 등 모두 9곡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은 CJ문화재단과 뉴욕한국문화원이 주최했다.

7일 화상으로 만난 이 씨는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재즈페스티벌에 주요 공연자로 초청돼 현지에서 공연 연습 중이다”라고 했다.

“뉴욕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어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노트’ 같은 재즈클럽도 꽉 차야 100명 안팎인데, 300여 명 앞에서 공연을 한 거잖아요. 한국 재즈 아티스트에 대한 이미지를 한 차원 끌어올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한 이 씨는 CJ문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보컬과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맨해튼음대에선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았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는 지난해 발매한 두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Daring Mind’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앨범을 ‘지금 들어봐야 할 클래식음반’ 5개 중 하나로 꼽았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앨범상도 받았다.

탄탄한 경력을 쌓았지만 재즈계에선 비주류인 여성 아시아 뮤지션인 그는 “언제나 음악을 통해 나를 얘기함과 동시에 시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첫 번째 재즈 오케스트라 앨범 ‘April’(2016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곡을 담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내년에 선보일 3집 앨범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으려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뿌리 없이 숨겨진 나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제나 내 나라와 민족을 자주 떠올립니다. ‘같은 선조를 공유한다는 건 강한 힘을 갖는 거구나’를 느끼죠.”

‘Daring Mind’의 대중적 성공에 이어 미국과 독일 초청 공연까지. 이 씨는 큰 도약을 이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한다”고 말했다.

“곡을 쓸 때 남의 눈치를 안 보려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각광받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전 보컬 출신이라서, 한국인이라서, 여성이라서 겪은 우여곡절이 있어요. 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재즈를 통해 세계에서 듣고 즐기는 날을 꿈꿉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재즈#재탄생#새타령#아리랑#이지혜#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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