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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조용히 찾아오는 폐암… 주치의 믿고 치료 맡겨야 완치율 올라

입력 2022-11-17 03:00업데이트 2022-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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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초기 증상 느끼기 어려워
기침 2∼3주 이어지면 폐암 의심을
암 진단 땐 생존율 통계 의존 말고
주치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 받아야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준혁 교수가 일반인의 폐(모형 왼쪽)와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폐암 환자의 폐 상태를 비교하면서 발병 원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김모 씨(81)는 2020년 여름에 가슴 통증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동네 병원을 찾아 흉부 엑스레이(X선) 검사를 했는데 몸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바로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은 김 씨는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뇌 자기공명영상(MRI), 전신 중 어딘가에 암이 번지지 않았는지 보는 펫(PET) CT, 뼈 전이를 확인하는 뼈 스캔 검사 등을 받았다. 검사 결과, 흉막(폐의 표면을 뒤덮는 장막)에 전이된 ‘비소세포폐암 4기’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

인하대병원 의료진은 즉시 표준치료에 해당하는 백금 기반의 세포 독성 항암제를 이용해 3개월간 6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했다. 이후 김 씨에 대한 정밀검사에서 종양 병변의 악화 소견 없이 안정 상태를 보여 주기적인 추적 관찰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암세포의 뇌 전이가 새롭게 발견됐다. 폐종양과 흉막 전이 병변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김 씨가 진단받은 ‘EGFR 엑손20 삽입 변이’는 당시에 시판 중이던 표적항암제로는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변이 암’이었다. 주치의 인하대병원 임준혁 교수(호흡기내과)는 김 씨에 대한 치료를 멈출 수 없었다. 고민 끝에 EGFR 엑손20 삽입 변이에 대한 신약인 ‘아미반타맙’을 개발한 제약 회사에 의뢰해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AP)에 김 씨를 참여시켰다.

EAP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신약 허가 전 의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김 씨의 항암 치료에 효과가 나타났다. 신약 투약과 뇌 방사선 치료로 김 씨의 뇌전이 병변과 폐종양, 흉막 전이 병변 모두 기적처럼 사라졌다. 약 투약을 계속해야 하고 주기적인 추적 관찰이 요구되지만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현재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폐암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5년 생존율이 1기는 68∼92%, 2기는 53∼60%, 3기는 13∼36%, 4기는 10%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인 수치일 뿐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환자 본인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주치의를 믿고 치료 과정을 함께 논의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이란 폐에 생긴 악성 종양을 말한다. 폐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원발성 폐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폐로 전이된 ‘전이성 폐암’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폐암이라고 하면 폐에서 발생한 원발성 폐암을 의미한다.

폐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3배가량 증가한다. 간접흡연의 경우 폐암의 발병 위험이 1.5배로 높아질 수 있다. 미세먼지, 중금속 등 발암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근무 환경도 위험요인이 된다.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2∼3배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

폐는 감각 신경이 없기 때문에 폐암 환자 스스로 초기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경우도 폐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가슴 통증은 암세포가 흉막이나 늑골을 침범했을 때, 호흡 곤란은 암세포가 상당히 커졌거나 악성 흉수가 차 있을 때 나타난다. 장기간의 쉰 목소리는 암세포가 성대를 조절하는 신경을 침범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증상이다.

임 교수는 “폐암 증상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2019년부터 폐암 국가 암 검진이 시작된 만큼 만 55∼74세 남녀 중 매일 담배 한 갑씩 30년 이상 흡연을 한 고위험군은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통한 검진을 무료로 받아 조기에 폐암을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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