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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인사이드&인사이트]집회 ‘10분 소음’ 규제, 5분씩 끊어 회피… “꼼수 막을 법 개정을”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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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많은 집시법 소음 기준
전혜진 사회부 기자
《#1.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집회인 ‘7·2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구호와 노랫소리는 고층 빌딩 사이에서 울려 퍼졌고, 시끄럽다는 손님들의 불평에 인근 상인들은 식당 출입문을 닫았다. 경찰은 공공운수노조 등이 사용한 음향장비 소음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기준치를 넘어섰다면서 소음 중지 명령을 내렸다.

#2.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자리 잡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사저 근처에서는 이전 정부의 실정을 비난하는 유튜버 등의 확성기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유튜버 등은 윤석열 대통령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양산 집회 중단을 요구하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평산마을과 아크로비스타 주민들은 “해도 너무한다”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울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시위를 하는 이들은 교묘하게 소음 기준을 지키고 있어 경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집회 소음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20년 최고소음도 기준을 도입하는 등 집시법 시행령의 집회 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이후 민노총 사례처럼 대놓고 소음 기준을 어기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는 게 경찰들의 평가다. 대신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처럼 주최 측이 제한 규정을 지키면서 최대한 소음을 내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집시법상 소음 규제에 여전히 빈틈이 많은 탓인데, 이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여전하다는 말이 나온다.

○ “집회 소음 때문에 창문 못 연다”

지난달 28일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서 만난 40대 주민 A 씨는 “얼마 만에 조용한 오후를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달 14일부터 매일 열리던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시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그간 매일이 선거철 같았다. 밖이 너무 시끄러워 환기를 못 할 정도였다”며 “초등학생 자녀도 집 안에서 공부하기 어려웠는데, 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집은 오죽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2일 아크로비스타 입주자대표회가 서초경찰서에 집회를 단속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오후 6시까지는 확성기 시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소음 때문에 낮에는 일부러 집 밖에 나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시 평산마을 역시 두 달째 확성기 집회가 이어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불면증과 스트레스, 식욕 부진을 겪으며 병원 치료까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 2년 전 개정됐지만… 빈틈 여전해

집시법에 따라 경찰은 기준을 초과한 소음이 발생하면 먼저 기준 이하로 소음을 유지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계속 이어질 경우 소음 중지 명령을 내린다. 그래도 소음이 기준치 이상 계속되면 시위대의 확성기를 빼앗아 일시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주민들이 고통스러워도 소음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경찰이 단속하는 집회 소음에는 ‘등가소음’(10분간 평균 소음)과 ‘최고소음’이 있다. 등가소음은 한 번, 최고소음은 1시간에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한 경우 소음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주간 주거지역의 경우 등가소음은 65dB(데시벨) 이하, 최고소음은 85db 이하여야 한다. 65dB은 도심 대로변의 소음 수준이고, 지하철이 선로에 들어올 때의 소음이 약 80dB이다. 소리의 크기는 데시벨 수치가 10씩 커질 때마다 10배로 커진다.

일부 시위대는 등가소음은 10분간 평균 소음을 측정한다는 점을 노려 10분 중 5분은 큰 소리를 내고 나머지 5분은 음량을 줄이는 식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한다. 최고소음 규정 역시 1시간에 2회까지만 기준을 넘기는 수법으로 단속을 회피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경비과 소속 경찰은 “시위대가 소음 규정의 허점을 노려 큰 소음을 내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경찰 입장에서는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소음 규정 위반 시 대처 여부가 현장 경찰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집시법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드시 단속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 뉴욕선 사전 ‘소음 허가’ 받아야

반면 해외는 한국보다 강한 집회 소음 기준을 적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독일에서는 주거지역에서는 주간 50dB 이하, 야간 35dB 이하로 집회 소음을 제한한다.

사전에 피해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핀 뒤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집회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주최자가 집회 신고를 할 때 별도로 소음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찰은 소음 기구, 장소, 인근 주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허가는 유효기간이 1일이어서 집회를 매일 열려면 소음 허가도 매일 받아야 한다. 허가된 정도를 넘어서면 출석요구서가 발부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집회 신고 시 주최자가 확성기 사용 여부와 대수만 경찰에 알리면 끝이다.

전문가들은 집시법의 소음 규정을 강화해 꼼수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고소음 기준을 1시간에 3번이 아니라 1번만 넘어도 바로 단속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률적인 집시법 소음 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행 집시법이 허용하는 75dB(기타 지역)은 (조용한) 시골에선 주민의 일상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이라며 “대도시의 대규모 집회 중심으로 돼 있는 소음 규제를 상황과 장소에 따라 적절히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프랑스처럼 ‘배경소음’을 주요 단속 기준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5dB, 야간에는 3dB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일괄적으로 일정 소음 규제를 정해 놓은 것이 아니어서 장소에 따라 시위대에 허용되는 최대 소음이 달라진다. 조용한 동네에서는 집회 소음도 상대적으로 작아야 하고, 원래 시끄러운 곳에서는 그만큼 소음도 크게 낼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배경소음을 소음 측정 시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정치권도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계기로 집시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1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집시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됐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호돼야 하지만 평온을 누릴 국민의 권리 역시 보호받아야 함은 마찬가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에는 생활의 안정과 평온도 포함된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만큼이나 평온을 누릴 권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혜진 사회부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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