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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경찰국 신설은 퇴행

입력 2022-06-29 03:00업데이트 2022-06-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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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에 FBI 관할 부서 없어… 수사 기관은 강한 독립성 필요
경찰 권한 강화된 건 수사뿐, 검찰국 따라 경찰국 만들 이유 없어
송평인 논설위원
미국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법무부 소속이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에 한국 법무부의 검찰국에 해당하는 형사국(criminal division)은 있어도 FBI를 관할하는 부서는 없다. 연방검찰은 기소기관이지만 FBI는 수사기관이고, 권력으로부터의 강한 독립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건 수사기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보다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찰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며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당연시했다. 이 발언에는 검찰을 기소기관에 앞서 수사기관으로 여기는 한국 특수부 검사 특유의 갈라파고스적 인식이 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수사기관의 독립에 대한 의식은 이상하리만치 희박하다.

한국 법무부가 검찰국을 두는 것도 검찰이 기소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면 검찰국은 수사의 독립성을 침해하기 쉽다. 한국 검찰도 여건이 허락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직접 수사에서 손을 떼고 예외적으로 수사를 총괄하더라도 직접 수사는 미국처럼 수사기관을 통해서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법무부 검찰국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사하는 검사를 골라내는 역할에서 벗어나 미국 법무부의 형사국처럼 검사의 기소 활동을 위해 조언하고 지원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신설의 이유로 경찰 권한의 강화를 들었다. 강화되는 건 사법경찰에 속한 수사 권한이다. 행정경찰에 속한 경비나 정보 권한이 강화되면 지휘·감독을 강화하는 게 필요할 수 있겠다. 그러나 수사 권한이 커졌다고 지휘·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건 더 독립시켜야 할 것을 오히려 더 종속시키는 역주행이다. 동굴 밖으로 나가 참된 검찰국의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동굴 속의 왜곡된 검찰국의 모습을 정상이라고 여기고 그것과 꼭 닮은 경찰국을 만들지 않고는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내무부(행안부의 전신) 소속의 치안본부를 없애고 경찰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부도 경찰위원회 자체를 의문시하지 않았다. 물론 경찰위원회는 그동안 그렇게 중립적이지도 않았고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경찰위원회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검찰국 시대가 저물어가자 경찰국 시대를 열어 제왕적 대통령의 영원회귀를 시도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장관이 있는 법무부에 인사 검증권을 주면서 미국 법무부도 그렇게 한다고 아는 체를 했지만 미국에서 인사 검증은 백악관 법률고문(legal advisor)이 한다. 다만 FBI를 활용해 한다. FBI는 독립적으로 의회와도 일하고 독립적으로 백악관과도 일하고 독립적으로 법무부와도 일한다. 그래서 FBI는 법무부에 소속돼 있지만 독립적이다.

한 장관이 미국의 인사 검증 방식을 배우기 위해 FBI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사 검증 방식이나 기계적으로 배워오지 말고 FBI같이 독립적인 수사기관은 어떻게 가능한지부터 배워오길 바란다. 행안부에 경찰국 같은 걸 만들어 국가수사본부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생긴다면 중수청을 어느 부처에 두더라도 관할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 깨닫고 와도 큰 수확이다.

FBI가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연방검찰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제를 받는다. FBI가 특정한 수사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방검찰의 허가를 얻어야 하고 피의자를 상대로 승소하기 위해서는 연방검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검찰의 경찰 통제권은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기소권만이 아니라 영장청구권도 검사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부는 수사기관장에 대한 임면권을 보유하고 검찰의 경찰 통제만 지켜보면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원하지 않은 한 그 이상의 통제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검찰도 그것을 지휘·감독하는 검찰국이 있는데 경찰을 지휘·감독할 경찰국을 두지 않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나라에서 수사기관이 검찰이 됐든 경찰이 됐든 중수청이 되든 그 독립은 요원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검사들의 대통령이기도 하고 경찰관들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아직도 의식은 검찰총장에 머물러 있는 검사 대통령인 듯해 안타깝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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