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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말로만 물가 안정인 윤석열 정부

입력 2022-06-15 03:00업데이트 2022-06-1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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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정부의 인플레 대응력 의문… 한은 0.25% 금리 인상 행진은 안이
정부는 긴축할 때 오히려 돈 풀고 가격 규제, 세금 인하에도 손놓아
송평인 논설위원
한국은행이 물가상승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남 일 얘기하듯 물가상승 전망치만 내놓으면서 2.0%(지난해 11월)→3.1%(2월)→4.5%(5월)로 계속 올리고 있을 뿐이다. 실은 이게 수정된 목표치다. 중앙은행의 통상적인 물가상승 목표치는 2%대 이하다. 통상적인 목표치는 포기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 11월, 올 1월, 4월, 5월에 각각 0.25%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4월까지는 한은이 착실히 금리를 인상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데 이어 이번 주에 또 한 번의 빅스텝은 일단 확실하고 0.75%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다음 금리 결정은 7월에나 나온다. 5월 0.25%의 베이비스텝 결정은 물가 상황을 안이하게 본 것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성장이고 일자리고 일단 다 제쳐두고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비상한 상황이다. 비상한 상황에 맞는 비상한 인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50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 지원을 약속했을 때 그 돈은 추경이 아니라 세출 조정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추경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돈을 흡수해야 할 시점에 돈을 푸는 역주행을 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취한 조치 중 눈에 띄는 건 유류세 인하밖에 없다. 유류세 인하율을 지난달 1일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한 것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가 한 것이다. 유류세 인하율을 더 확대하려면 국회를 움직여야 하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는 유가를 잡는 데 역부족이라며 손놓고 있다가 엊그제 ‘검은 월요일’을 보고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경은 아직 걷히지도 않은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했다.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예상한 만큼의 초과세수가 확보될지 의문이다. 초과세수를 확보하려면 어떻게든 세금을 거둬야 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세금 인하를 주저한다. 재정을 긴축해야 할 때 확장하는 역주행을 해놓고 나니 모든 것이 꼬이고 있다.

지금 인플레이션에는 현금 압력(cash push)과 원가 압력(cost push)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현금 압력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원가 압력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직접 가격을 규제하거나 세금을 내리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거나 내려야 할 때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으로 한전에 천문학적인 적자를 쌓아놓은 걸 생각하면 분통하다.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민간기업에도 전화를 걸어 가격 억제를 당부해야 한다. 소득세 소비세를 중심으로 세금도 내려야 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살포하듯 해 2008년 금융위기를 넘겼다. 그랬으면 후임자 재닛 옐런이 재빨리 돈을 거둬들였어야 하는데 머뭇거리는 사이 코로나 위기가 터져 돈이 더 풀렸다. 한은은 연준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지금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은 중앙은행들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 엄청난 양의 돈이 풀렸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값싸게 소비재와 원자재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반쯤 떨어져나가자 원가 압력이 숨겨진 현금 압력까지 드러냈다. 미중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이 이뤄져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내놓지 않는 한 서방의 경제 제재는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말로만 퍼펙트스톰을 우려했을 뿐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을 지나갈 바람으로 보고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

전쟁 다음으로 국민의 재산을 위협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10% 오르면 연봉 5000만 원 월급쟁이는 500만 원을 빼앗기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허투루 돈을 나눠주는 건 바라지 않는다. 가진 돈을 빼앗지나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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